새해 다짐

by 호방자

새해를 맞아 이것저것 다짐해 보려다 말았다. 살아 보니 다짐한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정초에 뭘 다짐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밀려오는 파도에 떠밀려 되는 대로 살아가게 되는 게 부지기수다. 새해를 맞아 아내가 해돋이를 보러 가자고 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아내를 위해 남편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집 근처 가까운 전망대에서 말의 기운을 맞이했고 아내는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연신 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우린 싸웠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야생마의 뒷발 차기와 같다.


요즘 부쩍 가파른 물가 상승을 체감한다. 마트에서 맛있는 걸 좀 샀다 하면 10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새로 다니게 될 아이의 학원비에 사교육 무용론이 떠올랐다. 공무원 보수는 3.5% 대폭 인상되었다는데 이건 마트를 한번 다녀오면 없어질 금액이다.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름 모를 누군가의 수익률 공개에 포모를 느낀다. 나만 거지 될 수는 없어 숨겨둔 비상금을 들고 야생마의 기운으로 국장에 올라탄다. 역시나 내가 사면 다음날 박살이 나는 슬픈 예감은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이순재, 안성기 두 배우의 죽음을 접하며 한 시대가 저무는 것을 느낀다. 그들의 작품과 연기를 보며 웃고 울었던 나의 청춘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그러고 나서 부모님의 주름진 얼굴을 보니 이유 없이 죄스런 마음이 든다. 아무 때나 전화해 따스한 밥 한 공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는 이걸 못하게 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돈, 돈 하며 살지 말자고 다짐한다. 자꾸 돈, 돈 하니 마음에 여유가 없고 화가 많아진다. 스트레스에 흰머리가 늘고 얼굴에 주름이 늘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게 행복이라면 마음을 먼저 다스리자. 부모님이 건강하게 활동하시면서 철없는 아들이 밥 달라고 할 때 기쁜 마음으로 내어주시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자.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게 없어 책이라도 열심히 읽어준 뒤 받는 굿나잇 뽀뽀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진심으로 느끼자. 마음가짐 하나에 세상은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감정은 내가 선택하는 것. 이 세상 모두가 날 불행하게 만드려고 합심하지 않는 이상 우린 얼마든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2026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마음이 풍요로운, 말과 행동에서 적토마의 기품이 느껴지는 그런 한해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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