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by 호방자

학교에 있다 보면 풀꽃 같은 아이들에게 눈길이 간다. 모두의 박수를 받는 아이 옆에 서 있는 주목 받지 못한 친구들이 보인다. 성적이 좋거나 쾌활한 아이들은 많은 선생님들이 이름을 기억해 준다. 하지만 다수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름이 있어도 불리지 못한다.

나는 최대한 이름을 외우려고 노력한다.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 그 학생을 뭐라 부를지 고민하는 것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1년 동안 가장 꾸준히 하는 일이 이름을 외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나가다 한 번씩 이름을 불러주면 학생들은 깜짝 놀라 자기 이름을 어떻게 아느냐 물어본다.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것마냥 질문에 기쁨이 묻어 있음을 느낀다.


‘누군가 내 이름을 기억해 준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 준다. 나도 관심받을 만한 사람인가?’


자존감이 이름 하나 불러준다고 솟아나는 건 아니겠지만 자기 비하와 의심으로 얼어붙은 빙벽에 풀꽃이 피어나는 상상을 해 본다. 꽃이 뿌리를 내리고 빙벽에 균열을 낼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너의 이름을 불러주겠다.


작은 관심에 들어 있는 작지 않은 마음의 힘을 믿는다. 예상치 못한 선생님의 관심에 기분이 좋다. 실없는 농담인 걸 알면서도 선생님이 붙여 준 말 한 마디에 오늘 학교에서 한 번은 웃었다.


먼 훗날 인생의 시련 앞에서 이 아이들을 버티게 해주는 장면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 비약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런 신념도 없이 학교에 있기에는 시절이 만만치 않다. 나는 오늘도 이름을 불러준다. 이러라고 날 이곳에서 일하게 해 준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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