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찾아온 감사함

by 호방자


어제 저녁 식사 후 온 가족에게 유튜브가 허락되었다. 알콩달콩한 노부부의 사랑과 이별, 짧은 쇼츠를 보다 속수무책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돌아가신 아빠가 보고 싶다며 펑펑 우는 초등학생, 내 일도 아닌데 눈물샘이 방정을 떤다. 그들의 아픔을 다 알지 못해도 함께 울어줄 수는 있다. 그리고 그런 슬픔이 아직 찾아오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한다.



아침에 문득 내가 이 일을 10년 넘게 해오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잦은 실패로 꿈조차 꺾어버린 시절이 있었는데, 켜켜이 쌓인 시간의 무게에 감사함이 찾아왔고 스스로에 대해 고마움을 느꼈다. 비 오는 아침에 그러한 마음이 찾아오니 무언가가 날 따스히 덮어주며 몸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였다.



어려움이 닥칠 때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생각한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최소한 바꾸려 노력할 수 있는 건 나의 생각과 마음가짐이다. 선물 같은 하루에 감사하고 눈 앞의 평범한 일들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되새긴다. 감사와 기쁨은 내 몸의 긴장이 풀어주고 생각을 말랑하게 해준다. 스트레스 받을 일이 줄어들고 체력을 쓸 일도 줄어드니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게 되고, 좋은 관계는 다시 내 마음에 선물이 되어 돌아온다.



출근길 아비규환의 도로를 무사히 통과한 것에 감사, 지각했지만 관리자를 마주치지 않은 것에 감사, 수능이 끝나 수업 부담이 줄어든 것에 감사, 오늘 야근을 해야 하지만 하루만 하면 되는 것에 감사, 3학년실에서 선생님들과 환담을 나눌 수 있어 감사, 얻어 온 아메리카노에 어디선가 라떼를 또 보내줬으니 골라 마실 수 있어 감사, 나를 필요로 하는 직장에서 이 모든 것을 경험했음에 감사.



정신 승리일 수도 있겠지만, 맨날 패배하는 우리네 삶에 승리할 일 좀 만들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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