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by 호방자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무 유명해서 익숙해져 버린 이 시를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본다. 연탄재가 뒹굴던 그 시절 골목길. 연탄불을 꺼뜨리지 않으려고 새벽에 일어나야 했던 어머니의 수고를 들어본 적이 있다. 온 가족을 추위로부터 지켜준 어머니의 사랑은 주름진 당신의 살결처럼, 푸석해진 연탄재로 문 앞에 증명된다.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 아버지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골목길 연탄재를 발로 찬다. 연탄재가 나뒹굴고 먼지가 흩날린다. 어머니의 사랑 저편에 닿아 있는 아버지의 헌신. 오늘 삶의 최전선에서 어떤 모진 수난을 겪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헌신 역시 부서진 연탄재가 되어 문 앞에 증명된다.


‘아빠 힘내세요’라는 동요를 듣다 통곡을 했었다. 동요가 이렇게 애절해도 되나 싶다. 그 순간 나는 다시 아이가 되었고 연로하신 아버지는 젊은 날의 청년으로 변해 있었다. 그때 아버지의 나이를 넘긴 지금에서야 나는 가슴 속 뜨거운 온기를 느낀다. 어머니가 지키신 빨갛게 타오르는 연탄불이 아직도 내 속에 남아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깊은 밤 침실에서 들려오는 내 아이의 잠투정에 이 시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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