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가 죽고 실질적으로 촉을 이끌어가던 공명은 남중 정벌을 위해 군사를 일으킨다. 위와 오를 정벌하기 위해 뒤가 불안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만왕 맹획을 일곱 번 잡았다가 풀어주게 되고 결국 맹획은 진심으로 항복한다. 이것이 상대의 마음을 진정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함을 알려주는 칠종칠금의 고사다.
담임을 맡으면 자연스럽게 칠종칠금의 고사를 떠올리게 된다. 아이들의 마음을 얻어야 학급 운영도 잘된다. 하지만 언제나 나의 진심을 몰라주고 배신감을 안겨주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엄마가 졸업장만 따오라고 해서 학교에 다니는, 전두엽이 아노미 상태인, 아나키즘을 변질된 형태로 실현하는 사춘기 아이들을 만나면 백종백금을 해도 마음을 얻기 힘들다. 교사도 사람이다. 내 진심이 수없이 무시당하면 나를 먼저 보호하게 된다. 내가 괴로운 것도 있지만 학급에는 내가 돌봐야 할 다른 여러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반은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를 주도하는 몇 명의 아이들을 신경 쓰느라 정작 아껴줘야 할 다른 아이들을 놓쳤다. 그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쑥스러웠다. 진급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각각 보냈는데 미안한 마음을 그렇게나마 전달했다. 지금도 부끄러운 기억이다. 그 아이 중 한 명이 졸업 후 나를 찾아왔다. 미안하고 부끄럽고 고마웠다. 미안할 일 안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