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민중의 생명력

by 호방자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었다. 산책로를 걸으니 매서운 추위에 뒤통수가 아려왔고 얼굴은 칼에 긁힌 듯 따끔했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중무장한 채 씩씩하게 걸음을 내딛으신다. 산책로 주변 운동기구에는 이미 내가 끼어들 자리가 없다. 날씨가 춥거나 말거나 어르신들은 운동하신다. 그것이 그분들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문학 작품을 가르치다 보면 ‘민중의 건강한 생명력’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등장한다. 건강한 생명력이라는 말이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산책을 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추운 날씨에도 산책을 나와 운동하고 대화를 나누는 어르신들의 일상, 그 일상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건강한 생명력 아닐까. 일제의 폭압, 전쟁의 비극, 독재의 압제 속에 맞서 싸웠던 사람들도 결국 자신의 소중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싸운 것 아닐까?



나와 같은 민중들의 소망은 소박하다. 건강하게 일터에 나가 노동하고, 가족들과 TV 보며 맛있는 거 먹고, 힘들지만 가끔씩 이런 게 행복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삶. 그런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이 방해받지 않고 모두에게 허락되길 바란다. 그것이 방해받는 날엔 민중들은 또다시 들불처럼 일어날지 모른다. 바람 불어 누워도 다시 일어나는 풀처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배우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