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유치원에서 오후 특강 수업을 신청받는다. 뭐 취지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고 두뇌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다는데,,,폭발적인 수익 모델이라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고, 안 시킬 수도 없으니 고민해 본다. 책을 펼쳐 보니 다 시켜보고 싶다. 한글 수학 영어 음악 미술 체육,,, 읍참마속하며 추려냈더니 사교육비 경감 효과를 느낄 수 없는 가격이 나왔다. 그냥 담임 선생님이랑 재밌게 놀면 안 되나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서 공부를 잘하면 좋겠다. 하지만 못해도 괜찮다. 나중에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현재의 난 그렇다. 아이는 아직 한글을 못 뗐다. 유치원 친구들이 한글을 능숙하게 읽는 걸 보면 조바심이 난다. 엄마 아빠는 수학 때문에 고생을 했기 때문에 아이만큼은 고생하지 않길 바란다. 그럼에도 용기내어 한글과 수학을 뺐다. (영어는 넣었다)
두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 엄마 선생님들의 부러움을 사는, 저분이 말하면 왠지 맞는 말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선생님은 늘 강조하셨다. 책을 많이 읽어주라고. 글을 모르면 글에 집중하는 대신 그림을 보며 생각한다고.
그 선생님 말이 맞길 바란다. 그래서 오늘도 책을 읽어 주었다. 이렇게 투입하는데 언젠가 뭐든 나오겠지.
책을 읽고 나와 거실에서 나 자신을 반성했다. 아이가 기계도 아니고 뭘 집어넣고 뭘 얻어 낸다는 건지. 다시 마음을 고쳐 먹는다. 아이는 아빠와 즐겁게 책을 읽고 행복하게 잠이 든다.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 오늘의 기억을 꺼내 먹으며 행복하게 책을 읽는 삶을 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