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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by 호방자


한때 학생들과 만나는 첫 시간에 나를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곤 했다. 좋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소개했던 것 같다. 가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던 그 시절의 나를 잊고 사는 것 같아 덜컥 겁이 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화가 많았다.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속으로는 화가 나고 분해서 어딘가에 쏟아내야만 했다. 일어나는 마음을 다스리고 꼬인 생각을 풀어내려 노력했다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어린 시절의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렇게 살아온 흔적이 내 몸속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나쁜 생각, 나쁜 마음이 지나다닌 길이 몸속 깊은 곳에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좋은 남편이 되어야지 잘 알고 있지만 어느날 문득 나의 에너지가 몸속의 나쁜 길을 타고 밖으로 표출되었을 때 아내에게 상처로 박혔다. 소중한 내 아이가 밤새 울었을 때 나의 에너지는 잊힌 그 길을 잘도 찾아내었고 짜증으로 변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삶에 어느 것 하나 이유 없는 것이 없다.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고 못난 것은 지난날의 내가 살아온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고 철이 들어 아무리 노력해도 살아온 몸속의 흔적을 없앨 수는 없다. 다만 그 길이 드러나지 않도록 잘 덮어주고 관리하는 것일 뿐.



나는 아직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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