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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고민하기

by 호방자

아이의 장난감을 고민하다 도형 맞추기 게임을 사주었다. 왠지 공간지각능력?? 수학적 사고력?? 등을 키워줄 것만 같다. 아이는 처음에는 좀 헤매더니 이제는 곧잘 한다. 어른이 하기에는 쉬운 것 같아 난 그 옆에서 탱그램을 한다. (칠교놀이)



가볍게 봤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이젠 좀 할 만하다. 많은 도안들을 하나씩 클리어해 나가는 기쁨을 느낀다. 그러다 어려운 문제에 부닥치면 오랜 시간을 끙끙댄다. 한 장만 넘기면 답을 볼 수 있지만 답을 본다고 속이 시원하진 않다. 오히려 허무함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오랫동안 찝찝함으로 남는다.



비슷한 경험을 오래전에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내가 못 푼 문제들을 척척 풀며 답을 알려주는 친구들이 대단해 보였다. 재수를 하며 수학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정복하고 싶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지만 내가 바라던 정복에는 실패했다. 타고난 재능이 공부를 결정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는 그들만큼 잘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 수학이 힘들었을까를 고민해 본다. 분명 초등학교 때까지는 잘했다. 하지만 점점 깊이 있는 단원들이 제시되면서 나는 고민하려 하지 않았다.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포기하거나 쉽게 답을 봤다. 그런 시간이 쌓이고 쌓여 고등학교 시절 내내 나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 재수 시절 나는 최대한 답을 보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 덕에 다행히 그 정도 점수를 맞은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을 얻고자 한다면 시간을 투자하는 것만이 답이다. 그 과정이 어렵고 고통스럽겠지만 그것을 견뎌냈을 때에야 달콤한 과실을 얻을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면 도둑놈이거나 정신병 초기 증세일 확률이 높다. 물론 이 당연한 진리를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게 함정이긴 하다. 요즘 나의 관심사인 글쓰기, 외국어 공부 다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게임을 해결하며 과실로 예쁜 보석을 챙겨간다. 벌써 이만큼 쌓인 보석을 나에게 자랑할 때 나는 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답을 보지 않았고 내일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마음껏 고민하기로 했다. 그래야 마음껏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그 시절을 정복하지 못했지만 지금 이 시절에게 정복당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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