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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by 호방자

학기 초는 바쁘다. 새로 받은 업무는 초면이신데 그런 사정 봐주지 않고 부서마다 메시지가 쏟아진다. 마치 학생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선생님들마다 수행평가를 투척하는 것처럼.


이 시기는 늘 그렇듯 익숙하지만 힘들다.



한숨이 나온다. 나도 모르게 계속 한숨을 뱉었다. 쉬지 않고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능률은 오르지 않고 어깨와 목만 아파 온다. 이럴 때 나만 힘든 게 아니란 걸 알게 되면 위로를 받고 마음이 편해진다. 나만 한숨을 짓는 게 아니었다. 오래 전 조선시대 사람들도 그랬다. 오죽했으면 한숨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집안의 문과 자물쇠를 꽁꽁 걸어 잠갔을까. 야속하게도 한숨은 틈을 비집고 들어와 화자를 잠 못 들게 한다.



이하이의 노래 ‘한숨’을 찾아 보았다. 누군가의 무거운 숨을 헤아리고 이해할 수 없지만 내가 안아주겠다는 아름다운 가사. 아이러니하게도 이 가사를 쓴 사람은 이제는 별이 된 ‘종현’이었다’



내가 뱉은 한숨이 공기 중에 섞인다. 내가 들이마신 공기에는 다른 사람의 한숨이 섞여 있다. 모두의 한숨이 섞인 공기를 서로 마시고 뱉고 하는 게 우리의 삶이다. 그러니 너무 괴로워 말고 힘들어 말자.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와 상대를 안아주자. 우린 이미 서로의 한숨을 공유한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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