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4월에 매미가 우는 걸 봤다고 지구를 걱정하는 학생이 있었다. 아침 라디오에서 히말라야의 적설량이 줄어들어 주변국의 물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고 하였다. 나는 최근 한 달 동안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사계절 옷을 다 꺼내 입어야 했다.
우리는 기후 위기 뉴스와 AI 관련 기사를 동시에 보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기술 발전의 후유증에 허덕이면서도 발전을 멈추지 못하는 모습이 발전 중독과 같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 학교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동 수업으로 텅 빈 교실에는 항상 불이 켜져 있다. 여기에 여름에는 선풍기와 에어컨까지 추가다. 오늘 아침 1교시에 교실에 들어왔더니 에어컨이 켜져 있다. 아이들은 겉옷을 한 겹 더 입고 있다.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었더니 선선한 아침 공기가 교실로 들어온다. 몇 분 뒤 아이들은 춥다며 창문을 닫았다. 아이러니하다.
물질적 풍요는 당연한 것을 잊게 만드는 것 같다. 4월의 아침은 충분히 선선하다. 더울 땐 에어컨을 트는 게 아니라 겉옷을 벗는 게 먼저다. 운동을 하고 나면 땀이 나는 게 당연하고 땀은 곧 마르게 마련이다. 여름은 원래 더운 것이고 땀은 체온 조절을 위해 필수적이다.
우리는 한정된 자원 속에서 살고 있고 모두를 위해 배운 것들을 실천해야 한다.
오늘도 교실 바닥에는 멀쩡한 필기구들이 주인을 잃은 채 버려져 있다. 충분히 쓸 수 있는 것들임에도 쓰레기통으로 갈 게 분명하다. 같은 지구 어딘가에서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아이러니하다. 적어도 내 기준엔 그렇게 보인다.
학교 연못에는 철을 잊지 않고 개구리가 찾아왔다. 응앙응앙 울어대는 개구리는 요즘 어떨까?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 탓에 살기가 팍팍할까? 인간들 때문에 그들이 살기 힘들다면 이것 또한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