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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

by 호방자

오늘 아침도 알람 소리에 몸을 일으킨다. 어제 운동을 해서 그런지 피곤함이 뒤에서 날 붙든다. 아이가 깨지 않게 조심스레 이불을 헤치고 나왔지만 아이는 자그마한 눈을 살포시 뜬다.



“아직 아니야, 좀 더 자도 돼.”



머리를 감고 나오니 안방 문이 딸깍 열린다. 아주 조심히 천천히 열린다. 너무 일찍 일어난 건 아닌지 아이의 조심스런 마음이 문 여는 소리에 그대로 전해진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아이가 나오길 기다린다. 얼굴을 빼꼼히 내밀더니 눈이 마주치자 작은 얼굴로 함박웃음을 짓는다. 신나게 달려와 안기는 아이를 번쩍 들어주었다.


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말리는 사이 아이는 옆에 앉아 나를 지켜본다. 어제 왜 늦게 잤냐고 물으니 아빠가 운동을 가서 아빠가 없어서 그랬다고 한다. 오늘은 거실에서 공부를 해도 좋으니 잘 때 있어 달라고 한다.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가 올 때까지 아이와 함께 춤을 췄다. 몸부림에 가깝지만 우리는 신이 난다. 아이의 따스한 배웅을 뒤로 한 채 문을 닫았고 무거운 출근길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란 존재가 이 아이에게 왜 이토록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이 소중한 시간임을 잘 알고 있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다. 나는 오늘도 이 아이의 가장 어리고 조그만 순간을 눈으로 담는다. 지금은 종일 나와 붙어있으려 하지만 조만간 친구가 날 대신할 것이고, 그렇게 내 곁에서 점점 멀어져 날개를 달고 떠날 것이다. 그때는 내가 멋지게 배웅을 해줘야지. 슬퍼하지 않고 기쁘게 춤을 추며 보내줘야지. 오늘 아침 내가 받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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