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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mon Oct 09. 2021

화를 '잘' 내는 아이로 만들기

부모님께 전해 드리고 싶은 이웃 정신과 의사 이야기

안녕하십니까.


이 글을 통해 아버님, 어머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아이의 마음은 바로 ‘’ 입니다.


저는 남들의 평가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면서, 남들이 기분 나빠 할 언행을 하기보다는 참는 스타일의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아마 사건은 초등학교 1학년 초 즈음 놀이터에서 벌어졌을 겁니다. 도무지 이제는 무슨 일이 발단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 다른 친구가 저를 밀치며 막 뭐라고 뭐라고 하고 있었고, 이게 싸움으로 번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었다는 것은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와중이었습니다. 5층 정도 위 우리 집 아파트 복도에서 제 어머니가 저를 보시고서는 내려다보시며 “야! 네가 먼저 싸우라고! 때리라고! 엄마가 책임질게!”라고 크게 소리를 지르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고요? 저는 두 분노 사이에 껴서 얼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 본때를 보여줘야지.’라는 맘보다는 ‘내가 왜 때려야 하지?’ ‘맞으면 아픈데?’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고요. 어찌어찌 도망 비슷하게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화낼 줄 몰라서 어떻게 하냐 걱정된다.”라는 말씀을 꽤 오래 들었습니다.


이 무렵부터 저는 '대체 화란 무엇인가? 어떻게 내야 할까?' 라는 의문을 항상 마음속에 품게 되었습니다. 한데, 한참 자란 뒤에도 그 문제는 잘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욱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을 한심해하면서 억눌러도 왔지만, '아 속 시원하게 충분히 화를 잘 냈다!'는 생각이 든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시간은 더욱 흘러, 저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되었고 신기하게도 마음의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많은 소아와 청소년들이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화를 어떻게 내야 할지 미처 배우지 못한 채 자란 아이들. 


이 아이들의 화는 쌓여서 자신을 향하게 되거나, 홍수가 나듯 모두를 휩쓸게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저는 이런 아이들과 아이들의 가족을 동지 삼아 제가 하던 질문의 답을 찾아 나가게 되었습니다. 진료실에 찾아오신 많은 분이 저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화를 ‘잘’ 내는 것은 화를 곧잘 쉽게 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원하는 타이밍에 낼 줄 아는 것이라고. 그렇게 함으로써, 화를 잘 내는 아이는 남들을 상처 입히기보다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화를 내게 되는 아이가 된다고. 


그럼, 화를 잘 내는 것에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감정을 읽기


먼저 아이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자신의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아이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을 잘 읽는 아이가 되려면, 먼저 감정을 잘 꺼낼 수 있어야 합니다. 감정을 자연스레 주고받다 보면 꺼내는 일이 더 능숙해집니다.


마치 캐치볼을 통해 공을 던지는 법을 연습하듯이 때로는 서툰 표현이더라도 자기감정을 받아 줄 수 있는 안정적인 상대가 되어 주세요. 때로는 공을 던지다가 실수하여 공이 엉뚱한 곳에 날아가거나 심지어는 나를 맞춘다고 하더라도, 걱정 말라고 하고 공을 되돌려 주면 아이가 자신감을 얻듯이 말이지요.


보통은 아이의 분노가 자신을 향하게 되면, 부모님께서는 당황하시게 되어 더 큰 분노로 아이를 누르거나,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부터 먼저 짓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나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먼저 충분히 들어주고, 때에 따라서는 오히려 추임새를 넣어 북돋아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화를 잘 전달하기


두 번째로는 이렇게 읽은 자신의 분노를 언제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앞서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라는 말씀을 나누다 보면, “그럼 아이가 화낼 때 모두 맞다고 놔둬야 된다는 것인가요?” 라고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계시는데, 아이가 화난 감정은 공감하되, 화를 전달하기 위해 타인의 소중한 것을 해치는 것은 안된다고 이해와 허용을 분리하여 훈육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또한, 7세 무렵의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야 한다고 생각할 때, 그 사람 전체를 공격한다고 생각하여 부담을 가지는 일이 많습니다. ‘이전까지 나와 친하게 잘 지내고 나에게 잘해준 것도 많은 친구에게 화를 내도 되는 걸까?’ 이때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네가 화가 난 부분은 그 친구의 말과 행동이지 그 친구 전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화가 났을 때 상대방 전체를 공격하지 말고, “네가 이런 말을 해서 내가 마음이 상했어. 그래서 화가 많이 났어.”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화해의 기술


다음으로는, 화해의 기술을 배워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과 싸우고 난 뒤, 화해 없이 구렁이가 담을 넘듯 원 상태로 돌아오는 경우. 이때 쌓였던 감정이 다음의 싸움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높은 확률로 자신이 내고 싶었던 화보다 더 많이 더 크게 폭발하는 경우가 많고 상대에게도 필요 이상의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화해라는 것은 항복 선언과는 다릅니다. 서로를 위로하고 그 와중에서도 상대의 좋은 의도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네가 동생을 때려서 엄마는 화가 났었어, 그래도 동생이 시끄럽게 해서 엄마랑 너를 힘들게 하는 게 싫어서 그런 거구나? 그 맘 이제 알았어.”

이런 식으로요. 화해할 때, 분노가 자신의 대변인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가정에서 “오죽하면 내가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졌겠어?”라는 말이 나오거나, “내가 너 때문에 너무 화가 났으니까, 너는 이걸 해줘.”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면, 아이는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내는 것을 고치기 어려운 아이가 될 수 있으니까요.


화를 잘 내는 아이, 언뜻 안 와 닿을 수는 있어도 아이가 행복해지려면 이맘때쯤 고민해 보아야 할 주제라고 생각됩니다. 


감정을 잘 받아 줄 수 있도록 부모님의 여력을 잘 챙겨두세요. 

부모님 자신께서 무엇을 중요시하고 무엇에 예민한 사람인지 잘 알아두세요. 

아이가 속상한 일을 당했을 때 주저 없이 같은 편이라는 것을 행동과 태도로 보여주되, 너무 크게 분노하여 아이가 두 분노 사이에서 불안해하지 않게 주의하세요.


감사합니다. 

아이와 가족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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