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를 붙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
하루가 금방 사라진다고 느끼실 때가 있으실 겁니다. 아침에 분명 계획을 세웠는데, 저녁이 되면 무엇을 했는지조차 흐릿해질 때가 있습니다. 시간을 잡아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붙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기록입니다.
물론 저도 매일 꼼꼼히 기록하지는 못합니다. 피곤한 날에는 그냥 넘어가기도 하고, 며칠씩 건너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한 줄이라도 적어둔 날과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날은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짧은 문장 하나가 그날을 존재하게 만듭니다.
기록은 생각을 정리하게 하고, 마음을 붙잡아 줍니다. 글로 적어보면 흐릿했던 감정이 선명해지고, 막연했던 고민도 구체적인 이름을 얻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또한 기록은 작은 흔적을 쌓아 줍니다. 독서 메모 한 줄, 일기 한 문장, 오늘 잘한 일 하나. 꾸준하지 않아도, 남겨둔 기록들이 모이면 ‘그래도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줍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자신감이 거기서 생깁니다.
무엇보다 기록은 내일의 나를 도와줍니다. 오늘 남긴 단상은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돌아왔을 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마치 어제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건네는 짧은 메모처럼요.
저는 여전히 기록을 자주 놓칩니다. 하지만 놓칠 때마다 알게 됩니다. 하루를 기록한다는 것은, 사라지는 시간을 붙잡아 내 삶의 책장을 한 장씩 채워가는 일이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