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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그 너머 3]

- 괜찮은 척, 괜찮지 않은 나 -

by 여철기 글쓰기

아침이면 어김없이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고 집을 나섭니다. 누군가 “잘 지내요?” 하고 물으면, 저는 늘 웃으며 “괜찮아요, 나쁘지 않아요”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독립해 1인 기업을 시작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제 곁에는 언제부턴가 늘 ‘괜찮은 척하는 나’만 남아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자유로워 보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하고 싶은 방식으로 일하는 삶. 사람들은 용기 있다고 말하고,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SNS에는 카페 사진과 새 프로젝트 이야기가 올라가고, 마치 모든 게 순조로운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장면 뒤에는 ‘괜찮지 않은 나’가 조용히 숨어 있었습니다.


퇴사한 첫 몇 달 동안은 아내에게조차 진실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반대할까 두려웠고, 무엇보다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출근하는 척 집을 나서, 혼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아내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저는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웠습니다. 다행히도 그녀는 제 선택을 이해해 주었고, 그 순간 겹겹이 쌓아왔던 가면이 조금은 벗겨졌습니다.


하지만 혼자 일하는 길은 외로움과 불안의 연속이었습니다. 매출이 들쑥날쑥할 때, 기대했던 프로젝트가 무산될 때, 밤늦게 불 꺼진 사무실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내가 잘 가고 있는 걸까?”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그럴 때마다 ‘괜찮아, 잘 해낼 거야’라는 주문을 되뇌었습니다. 그런데 그 주문은 오히려 저를 더 외롭게 만들곤 했습니다.


어느 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구나.’ 그동안 나는 괜찮은 척하느라 내 진짜 감정을 외면하고 있었던 겁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불안하면 불안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괜찮은 척하는 가면이 오히려 나를 더 지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아내에게, 친구에게, 때로는 동료에게 제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나도 그랬어”라며 공감해 주었고,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주었습니다.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제겐 커다란 배움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세상은 내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더라... 하지만, 그런 무관심이 오히려 제 숨통이 틔이는 듯 했습니다.


1인 기업가의 길은 화려해 보이지만, 그 뒤에는 외로움과 두려움이 함께합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비로소 새로운 힘이 생깁니다. ‘괜찮은 척’ 대신 ‘괜찮지 않은 나’를 솔직히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어쩌면 여러분은 괜찮은 척하며 하루를 시작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전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의 솔직한 마음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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