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단상 11] 커피 한 잔, 글 한 줄
- 마음을 깨우는 작은 의식 -
바쁜 하루, 잠시 멈추어 앉아 커피를 내리는 시간은 제게 작은 의식과도 같습니다. 진한 향이 퍼지고 첫 모금이 목을 적실 때, 흐릿하던 정신이 또렷하게 깨어나는 경험을 누구나 해보셨을 겁니다. 커피는 분명 정신을 일깨우는 가장 확실한 자극제이지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정신은 깨어났는데, 내 마음은 여전히 어디선가 헤매고 있지 않은가? 업무와 일상에 쫓기며, 정작 내 감정은 돌보지 못한 채 흘려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말입니다.
저에게 마음을 깨우는 카페인은 바로 글쓰기입니다.
하얀 화면 앞에서 무심코 단어를 하나씩 적어 내려가면,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집니다. 흩어진 생각이 문장 속에서 자리를 찾고, 지나쳤던 감정들이 이름을 얻습니다. 마치 오래 닫혀 있던 창문을 활짝 열어 신선한 바람을 들이는 순간처럼, 글쓰기는 마음 속 공기를 환기시키는 일이 됩니다.
짧은 글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한 페이지의 기록이 어제의 나를 다독이는 손길이 되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와 대화하며, 잊고 지냈던 상처를 마주하고, 외면했던 기쁨을 다시 불러옵니다. 그것은 내면의 정원을 가꾸는 일과도 닮아 있습니다. 감정이라는 작은 씨앗에 이름을 붙이고, 물을 주며, 새 의미를 불어넣는 과정이니까요.
오늘,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글 한 줄을 써 내려가 보는 건 어떨까요?
정신을 깨우는 커피와, 마음을 일깨우는 글쓰기가 만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풍요로운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여러분의 하루에도 그런 작은 깨달음이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