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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단상 13] 400계단을 오르는 7분의 여행

by 여철기 글쓰기

처음 400계단에 도전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계단이 아니라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때는 2024년 8월. 난생 처음보는 몸무게로 체중계 앞자리에 '9'가 보였습니다. 너무 몸관리를 안했다는 후회와 함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했죠. 그렇게 찾은 방법이 '아파트 계단타기'였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숨은 금세 가빠지고, 다리는 무겁게 내려앉았죠. 100계단도 채 오르지 못해 두 번이나 멈춰 서야 했습니다. “이걸 언제 다 올라가나…”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발을 떼고 멈추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결국 25층 꼭대기까지 올라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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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무리하지 말 것

그날 느꼈습니다. 처음부터 전속력으로 오르면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을요. 계단을 오르며 ‘내 호흡에 맞춰 가자’는 마음으로 속도를 줄였습니다. 컨디션을 살피고, 힘을 조금씩 나누어 쓰니, 포기하고 싶은 마음 대신 버텨볼 용기가 생겼습니다.


변한 건 계단이 아니라 나

시간이 흐르자 몸이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5~6분 안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올라갑니다. 여전히 숨은 차오르지만, 예전처럼 ‘이제 못 하겠다’는 절망은 사라졌습니다. 같은 400계단이지만, 달라진 건 제 호흡과 태도였습니다. 목표가 확실하고, 체력에 자신이 생겼기 때문이죠.


삶도 계단처럼

삶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달릴 때 처음부터 무리하면 금세 지칩니다. 하지만 자기 페이스를 지키며 한 계단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꼭대기에 서 있을 수 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던 길이 익숙해지고, 결국 내 안에 힘이 쌓이는 것이지요.


오늘도 저는 그 계단을 오릅니다.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삶을 비춰주는 작은 여행처럼 말이죠.
여러분은 지금 어떤 ‘계단’에 도전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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