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주변에는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보다 조금 어린 후배 중에는 마흔넷인데 또 이직을 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고,
나와 비슷한 또래 중에는 오십을 넘기며 퇴사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이 나이쯤 되면 누구나 한 번쯤 멈칫한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지금까지 해온 게 맞는 걸까?”
회사 이름이 곧 내 이름이던 시절이 지나고 나면,
이제는 나 자신으로 살아야 하는 순간이 오니까.
젊을 때의 이직은 도전이라 불리지만,
마흔 이후의 이직은 생존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문화, 새로운 세대 속에서
나만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형, 이번이 다섯 번째예요.”
후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위로의 말도, 조언도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저 마음이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나이대의 사람들을 보면 늘 마음이 간다.
“그래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가진 경력, 성실함, 내공이
다시 쓰이지 않고 사라지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고,
우리가 쌓아온 경험의 무게는 종종 가볍게 취급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발견한 게 있다.
이 나이에 새 길을 찾은 사람들 중,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괜찮게’ 살고 있다는 것.
컨설턴트가 된 사람,
작은 사업을 시작한 사람,
프리랜서로 전향한 사람.
길은 하나가 아니더라.
나는 믿는다.
오랫동안 버텨온 사람에게는
단단함이라는 이름의 기술이 있다.
그 단단함이야말로
어떤 인공지능도, 어떤 젊음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자산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직을 준비하는 후배와, 퇴사를 앞둔 친구들에게
그저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다시 시작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누군가는 스펙으로, 누군가는 속도로 경쟁하지만
이제는 우리 세대가 깊이로 살아가는 법을 보여줄 차례니까.
퇴사 후에도, 이직 후에도,
다들 부디 잘 되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