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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단상 36. 바닥에서 시작하는 상승

by 여철기 글쓰기

요즘 주식이 다시 오른다.
한동안 차갑게 식어 있던 시장이 서서히 붉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모니터 속 그래프에는 빨간 봉이 하나둘 늘어나고,
오랜만에 화면 전체가 따뜻하게 빛난다.
그동안 파란색으로 물들던 차트를 매일 보던 투자자들에게
이 붉은색은 오랜 기다림 끝에 피어난 봄꽃 같다.


하락장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지친다.
차트를 보는 눈보다, 스스로를 믿는 힘이 먼저 무너진다.
하지만 시장은 늘 순환한다.
누군가 포기할 때쯤, 반등은 조용히 시작된다.


증권사에서 일하던 시절 배운 게 있다면,
바닥은 항상 지나봐야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닥을 찍은 주식은
언젠가 반드시 ‘돌파의 순간’을 맞이한다는 것도.


오랫동안 눌려 있던 종목이 고개를 들기 시작할 때,
그 차트는 마치 긴 터널 끝에서
붉은빛이 번져오는 장면처럼 보인다.
조용하고, 확신하기 어렵지만,
그 미세한 온도 변화 속에서 시장의 기운이 바뀌는 걸 느낀다.


크게 벌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하다.
잊혀 있던 종목이 어느 날 거래량과 함께 꿈틀거릴 때,
그 신호를 알아보는 것이다.
바닥을 확인한 주식은 이미 절반은 이긴 셈이다.
더 내려갈 곳이 없으니까.
산이 깊을수록 골도 깊고,
그만큼 올라갈 산도 높다.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계속 내려가는 것 같고,
무엇을 해도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시기가 있다.
그때 우리는 불안하다.
‘이게 바닥이 아닐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마음을 더 깊이 가라앉힌다.


하지만 주식이 그렇듯,
삶의 바닥 역시 지나고 나서야 의미를 알게 된다.
그때의 고통이 있었기에,
지금의 작은 상승이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요즘 시장이 붉게 물들듯,
우리의 삶에도 그런 국면이 찾아온다.
오랫동안 눌려 있던 감정이 회복되고,
멈춰 있던 시간들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운이 좋아서”라고 말하겠지만,
사실은 그 오랜 기간 버텨낸 덕분이다.


혹시 지금, 너무 아래에 있다고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괜찮다.
당신은 이미 상승 구간에 들어서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시장은 언젠가 회복하고,
삶도 결국은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되어 있다.
바닥은 끝이 아니라, 다음 도약의 출발점이다.


차트를 오래 들여다보면 깨닫게 된다.
가장 깊은 하락 뒤에는
언제나 가장 뜨겁게 붉은 상승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당신의 인생 차트는 지금 어디쯤인가.
아직도 터널 속이라면,
곧 빛이 번질 것이다.
요즘 시장처럼, 당신의 삶도 붉게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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