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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이예요!

구이 저수지

by 이옥임

구이 둘레길에 처음으로 경찰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았고 이후 구이 둘레길 운동을 망설였으나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괜찮다는 남편의 말에 못 이긴척 따라 나섰었다. 궁금한 것을 못 참는 남편이 구이 둘레길을 오르면서 군데군데 서 있는 경찰들에게

"무슨 일이예요?"하고 물어봤지만 대답을 기피하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야산 수색이 아닌 방향을 바꾸어서 구이 저수지를 수색하는 장면이 보였고 혹여라도 알까 싶어서 지나가는 분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으나 다들 모르겠단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날이 갈수록 과학수사대 봉고차와 경찰 차량들의 숫자가 늘어났고 경찰들도 대거 보였다. 구이 저수지를 수색하기 시작하면서 날로 해양 경찰들과 보트의 숫자가 늘어났지만 무슨 일인지 알려주는 분들은 아무도 없었다.


구이 저수지를 수색하기 시작한 지 수일이 지난 어느 날, 꽤 오랫동안 수색작업을 한다 생각하며 운동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인데 다른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저수지 둘레에 서 있다. 평소 같으면 남편이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을 법도 한데 아예 포기한 듯 많은 인파 속을 그냥 지나친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알아보리라 마음먹고 인파 끝자락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 여자 분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죄송합니다. 혹시 여기에 무슨 일인지 아실까요?"

별 기대없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어본 건데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제 남편이예요. 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아시는 분이 여기 물에 빠진 것을 보았다고 해서 찾고 있는 중이예요."


수일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얼마나 애를 태우고 속을 끓였는지 담담한 표정과 말투로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리고 오후 내내 마음이 아팠다. 차라리 울먹이며 말하는 모습을 보았더라면 내 마음이 좀 더 나았을까?


며칠 뒤 다시 운동을 하기 위해 저수지 둘레길을 찾았는데 저수지 물 위로 빨강 경계선 표시와 보트 한 대가 그 주변을 맴돌고 있는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여러 개의 고목 나무들에 의해서 쉼터가 만들어진 넓은 곳에 과학수사대 차량, 경찰 차량들, 하얀 천막 등이 보이고 주변에 둘러선 많은 사람들의 모습도 멀리서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한 쪽에서는 둘러서서 기도하는 분들이 계셨고 가족들로 보이는 분들과 해양 경찰들의 분주한 모습들로 보아서 수색작업이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주한 경찰들 가운데 탐지견의 줄을 잡고 서있는 경찰에게 다가간 남편이 뭐라고 질문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모습이다.


"무슨 내용이었어?"하고 남편에게 묻자 수색작업이 끝났냐고 묻는 남편의 질문에 탐지견을 통해서 시신을 찾았는데 시신이 부패되면 올라오는 가스를 탐지견이 감지해서 찾아낸다며 이러한 탐지견은 주로 해외에서 수입해 온다고 했단다.


큰 귀가 반듯하게 세워진 날렵한 모습으로 검은 색에 가까운 진갈색의 큰 탐지견은 처음 봤다. 매우 민첩하고 영리하게 생긴 모습 자체가 다른 개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모습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탐지견의 모습을 보니 대견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한 방에 해결해 준 기특한 탐지견이 아닌가.


며칠 뒤 들은 내용이지만 물에 빠지셨던 분은 오랫동안 암을 앓아오신 분이었단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셔야만 했던 이유를 그 누군들 감히 짐작할 수 있으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아울러 남은 가족들에게도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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