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만드는 양배추 김치

by 소미소리

이사를 하고 나서 며칠 동안 엄청나게 많은 물건을 끊임없이 버렸더니 드디어 집 정리가 된다. 집에 바람이 드나들 틈이 생기고 서랍과 선반에 빈 공간이 생기니 집에 질서가 잡히고 내 삶에도 평온함이 깃든다. 치우고 나니 집에 부족한 물건이 보여서, 잡화 몇 가지를 사러 마트에 간 김에 식재료도 잔뜩 사 와서 냉장고를 채웠다.


부엌이 정리가 되어 가니 식탁을 차릴 마음이 생긴다. 오랜만에 국을 끓였다. 며칠 동안 집밥을 많이 해 먹이지 못했더니, 어제저녁 작은 아이가 배앓이를 했다. 점심에 간단한 볶음밥을 하려던 생각을 바꿔서 된장국을 끓였다. 물에 된장을 넣고 끓이다가 양파와 애호박을 썰어 넣고, 간장과 멸치액젓으로 간을 했다. 감칠맛이 나는 다시마도 몇 장 넣고, 마지막에는 두부 한 모를 넣고 한소끔 더 끓였다. 돌나물을 씻어서 샐러드를 만들었다. 씻은 돌나물 위에 간장, 매실청, 생들기름을 한 큰 술씩 뿌렸다. 돌나물 샐러드는 돌김에 밥이랑 싸 먹으면 잘 어울린다. 가족들 반찬으로는 달걀프라이를 몇 장 부쳤다. 흰자는 익고, 노른자는 안 익게 살짝 구웠다. 구색을 다 갖추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가족들에게 집밥을 차려 먹이니 마음이 편하다.



마침 김치가 다 떨어졌다. 겉절이도 없고 몇 년 된 묵은지와 백김치만 김치 냉장고에 있는데, 묵은내가 나니 가족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마트에서 사 온 알배기 배추도 한 포기 있지만, 아직 배추김치까지 담글 마음의 여유는 없다. 그래서 뚝딱 쉽게 만들 수 있는 양배추를 꺼냈다. 양배추 반 통을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다시 한번 헹궈낸 뒤에 소금 두 작은 술을 넣고 절였다. 양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양파 2개를 채 썰고 양념을 만들었다. 멸치액젓 3, 간장 1, 식초 1, 설탕 1, 고춧가루 2큰술을 섞어서 절인 양배추와 채 썬 양파를 같이 무쳤다. 양배추는 다른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잠깐 절였다. 더 절여도 좋지만, 아직 뻣뻣한 양배추도 상관없다. 냉장고에 두고 먹는 동안 더 맛있어지고, 저녁반찬으로 바로 먹기에도 손색없다. 양배추 김치는 만들기 쉬운 정도가 무생채에 맞먹는다. 오래전에 미국에서 살 때에도 자주 해 먹던 김치가 양배추 김치와 무생채였다. 김치는 자고로 어머니와 시어머니에게 받아서 먹고도 남아도는 음식으로 알고 살다가, 미국에 갔더니 김치를 조달할 곳이 없었다. 한인 마트에서 사 먹어도 그만이지만, 사 먹는 김치는 입에 맞지 않았다. 그때부터 담그기 시작했던 무생채는 한국에 와서도 가끔 해 먹었지만, 양배추는 먹을 생각도 하지 않다가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다시 애용하는 식재료가 되었다. 지난번에 만든 양파 양배추 무침은 간을 약하게 했더니 가족들이 먹지 않아서 이번에는 간을 좀 했더니 가족들도 잘 먹는다.


자연식물식 39일째인 오늘은 몸이 회복되고 있다. 이사를 하느라 며칠간 시달리면서 피부 발진이 나서 고생을 했는데, 오늘은 많이 수그러들고 편안하다. 완전히 나은 부분은 환경이 나쁠 때에도 건강하지만, 나으려던 참인 피부는 환경이 나빠지니 쉽게 도진다. 나을 때 완전히 나아야 하는 이유다. 신경도 못 쓴 몸무게는 의외로 줄었는데 눈의 이물감이 조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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