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채가 있으니 무생채 비빔밥을 만들었다. 뜨거운 기온이 계속되니 싱싱한 배추를 구하기는 쉽지 않지만, 채소가게에 가면 상태가 좋은 무는 구할 수 있다. 어제 만들어 둔 순한 맛의 무생채로 무생채 비빔밥을 만들었다. 들어가는 재료가 워낙 간단하고 쉽게 만드는 음식이라 아이들이 맛없다고 할까 봐 걱정했는데, 아주 맛있게 잘 먹는다. 밥에 고추장과 참기름 조금, 무생채 넉넉히, 그리고 냉장고에 있는 아무 나물이나 넣으면 되는데 마침 가지 양파 볶음이 있어서 넣었다. 아이들 먹을 채소는 잘게 잘라서 비비고, 달걀 프라이를 올려주니 좋아한다. 무생채의 아삭아삭한 식감을 좋아라 한다. 얼마 전에 만든 얼갈이겉절이 비빔밥 보다 인기가 더 좋다. 내가 먹을 비빔밥은 현미밥 위에 참기를 살짝 두르고 무생채만 잔뜩 올려서 덮밥처럼 먹었다. 방울토마토를 곁들이니 무의 알싸한 향이 중화된다. 간식으로는 멜론, 키위와 복숭아를 먹었다. 복숭아는 이제 끝물이라 맛이 싱겁고 신맛이 너무 강하다.
작년에 아토피가 갑자기 도지면서 갑자기 체질식을 시작하였는데 먹을 게 정말 없었던 기억이 난다. 체질식은 아무리 식이요법이 까다롭더라도 자연식물식에 비하면 허용되는 음식이 훨씬 많은데도 먹을 게 하나도 없었다. 그전에 즐겨 먹던 고기와 밀가루 음식, 커피까지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풀만 먹고살아야 하나’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먹던 음식이 늘 무거운 고기나 생선, 인스턴트, 튀긴 음식 종류였으니 당연히 무얼 먹어야 할지 고민스러웠고 어떤 날은 정말 오이와 양배추를 잔뜩 잘라 두고 위에 딸기만 얹어 먹기도 했다. 식이요법을 계속하다 보니 채소와 과일, 통곡물 본연의 맛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뿐더러, 채소반찬을 맛있게 하는 방법도 알게 된다. 무를 가지고 무생채를 해도 좋고, 무생채를 이용한 비빔밥을 만들어도 물론 좋지만, 생선이나 어묵을 조금만 넣고 무조림을 만들거나 어묵탕을 끓여도 되고, 무나물을 만들어도 된다. 하나 같이 충분히 맛있는 요리가 된다.
사람은 무엇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지를 각자의 판단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누군가를 설득하려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방사선이나 흡연보다 더 심각한 질병의 원인인 분노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p.259) 안드레아스 모리츠, <내 몸의 마지막 치유 전략, 암은 병이 아니다>
아마도 누군가 일 년 전에 내게 간헐적 단식이나 채식, 체질식 혹은 자연식물식의 좋은 점을 설득하려 했다면 귓등으로 흘리고 말았을 거다. 인스턴트식품이나 육식 위주의 식사가 몸의 염증을 가져오고 만성피로를 느끼게 한다고 말하더라도 절대 육식을 포기하지 않았을 거다. 맛있는 음식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데 쉽게 포기가 될 리가 없다. 그러니 건강하게 바뀐 식단을 생각하면, 심하게 도진 아토피가 오히려 고맙다. 식탐이 많은 사람이라 쉽게 도전하지 못했을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고, 저절로 10킬로가 넘게 빠지는 다이어트도 되었고, 마음의 평안까지 얻게 되었으니 고맙지 않을 수 없다. 몸은 항상 내 편이니, 아마도 아토피가 없어도 내가 스스로 식이 조절을 잘할 수 있을 즈음이 되면 감쪽같이 아토피가 사라지고 없지 않을까?
*표지 사진 : Unsplash의 Vicky 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