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식재료가 도착해서 보니 오이가 놀랍도록 크다. 세 개 들이 한 봉지의 오이 중에 두 개는 거의 길쭉한 늙은 호박만큼이나 크고, 나머지 한 개도 엄청난 크기다. 평소에는 중간 사이즈 오이 세 개가 살랑살랑 들었는데, 오늘은 오이 세 개로 봉지 안이 가득할 정도다. 엊그제 사 둔 오이까지 냉장고에 있으니, 그냥 먹기에는 너무 많다. 그래서 바로 손을 걷어붙였다. 커다란 오이 세 개를 어슷 썰어서 소금 한 큰 술에 절이고 양파 한 개를 작은 크기로 잘랐다. 양념은 멸치액젓 2, 고춧가루 1, 설탕 1, 식초 1, 매실청 1의 비율로 섞었다. 10분 정도 소금에 절인 오이에 나머지 양념을 넣고 고루 섞었다. 새콤달콤한 오이겉절이 완성이다. 오이는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듬뿍 넣고 매콤하게 무쳐도 맛있지만, 고춧가루를 전혀 넣지 않고 하얗게 무쳐도 색다른 맛이 좋다. 그러니 매운 음식이 부담스러울 땐, 고춧가루를 색만 내는 정도로 조금만 넣어도 된다. 고춧가루가 적게 들어가니 설탕과 식초, 매실청의 맛이 살아서 새콤달콤한 순하고 시원한 맛이다.
새로 배송 온 채소가 많으니, 냉장고의 채소를 얼른 소비하려고 숙주나물도 했다. 숙주를 끓는 물에 1-2분 데치고, 찬물에 헹군 다음 소금 1 작은술, 참기름 1 큰술, 파 조금 넣고 살살 무쳤다. 심심한 맛에 넉넉히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미나리와 부추도 시들거리기 전에 먹으려고 전을 부쳤다. 미나리의 질긴 줄기 부분은 아주 잘게 자르고 이파리 부분은 듬성듬성 잘랐다. 부추와 양파도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를 재료가 엉길 정도로만 섞어서 기름에 부치니 향이 좋다. 요즘에 미나리 부침개를 연거푸 해 주었더니 아이들이 별로 먹지 않기에 내가 몇 장이나 먹었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새로운 반찬을 만드는 재미가 있다. 전에는 주로 고기나 생선, 혹은 육가공품 등으로 원팬요리를 자주 했는데, 이제는 냉장고에서 여러 채소의 조합으로 반찬을 만든다. 요즘은 양파가 흔하고 싱싱하니, 양념으로 양파를 자주 사용한다. 제철 채소는 어떤 것이든 살짝 익히거나 볶고, 혹은 생으로 심심한 양념을 더해서 무치면 훌륭한 반찬이 된다. 인터넷에 정보도 많으니, 어려울 게 없다.
오늘은 비바람이 조금 불면서 날씨가 시원해졌다. 오랜만에 등산로에 올랐다. 너무 더워서 등산은 언감생심이었는데, 오늘은 등산로에 올라갈만했다. 계획했던 지점까지 못 갔고, 움직이니 더워져서 돌아 내려왔지만, 늘 걷던 산책로와 다른 길을 걸으니 살짝 기분 전환이 되었다. 시원해진 날씨 덕분에 늦은 저녁까지 기다리지 않고 낮에 운동을 할 수 있으니 벌써 가을이 기대된다. 이제 더운 여름도 끝자락이다. 자연식물식 49일째인 오늘은 오랫동안 아토피를 앓아왔던 피부의 한 부분이 깨끗해진 것을 확인했다.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고 아직 아토피가 남아 있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피부가 맑아지고 있다. 피부가 언제 나을 것인지, 일주일이 걸릴 것인지, 일 년이 걸릴 것인지 날짜를 세어 가며 신경질을 부리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나아진 부분에 집중하며, 몸의 자연치유력을 믿고,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는 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