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 김치가 없어도 아쉽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김치가 좋아져서 여러 가지 김치를 만들어 먹고 있다. 맵고 짠 김치 말고, 심심하고 시원하게 담근 김치가 좋다. 김치를 자주 담그지 않을 때에는 김치 담그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눈에 띄는 채소를 사 와서 뚝딱 담근다. 양념도 자주 조합하다 보니, 별 고민 없이 섞는다. 지난주에 담근 몇 가지 김치가 벌써 떨어져서 채소가게에 갔다. 양배추나 사서 물김치를 넉넉히 담글까 했는데, 반갑게도 채소가게에 배추가 두 포기 덩그러니 남아있다. 배추 한 포기와 무 한 개, 연한 여름 고추를 샀다.
냉장고에 양배추가 아직 꽤 있으니, 양배추와 무를 넣고 물김치를 한 번 더 담가볼까 하다가, 너무 연해서 금방 물러버릴 것 같은 배추를 먼저 사용하기로 했다. 배추 겉잎은 대충 뜯어내고 흐르는 물에 씻다가(절인 뒤에 다시 씻을 거니까 대충 씻어도 괜찮다), 적당한 크기로 죽죽 잘라서 굵은소금 세 큰 술에 절였다. 무는 1/3만 씻어서 나박나박하게 잘랐다. 배추와 무를 섞어서 함께 절이고 파와 양파를 조금 잘라 두었다. 양념은 멸치액젓 5큰술, 식초 2큰술, 매실청 2큰술, 설탕 2큰술, 고춧가루 3큰술, 냉동 다진 마늘 1큰술을 섞었다. 30분 정도 절인 배추와 무를 두세 번 씻어서, 양념을 넣고 버무렸다. 간을 보니 싱겁다. 여름배추와 여름무는 더운 날씨에 고생을 하며 겨우 버티고 있어서 그런지 별 맛이 없다. 추가로 멸치액젓 2큰술과 설탕 1큰술을 넣고 다시 버무렸다. ‘냉장고에서 숙성되면서 맛있어지겠지.’ 기대하며 바로 냉장고에 넣었다. 다시 간을 보면 양념을 자꾸만 추가할 것 같으니 간 보기를 그만 두었다.
자연식물식 53일째다. 지금 하고 있는 유연한 자연식물식은 60일까지 할 계획이고, 60일 되면 이후의 자연식물식을 어떤 방식으로 유지할지 결정을 내리려 한다. 30일까지 했던 엄격한 자연식물식으로 다시 돌아갈 것 같지는 않고, 유연하고 지속가능한 자연식물식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겠다. 오늘 저녁은 외식을 했더니 몸무게가 조금 늘었다. 월남쌈 샤부샤부 음식 중에 고기는 먹지 않았고, 육수 국물과 채소, 월남쌈을 주로 먹었다. 쌀국수와 (달걀이 섞인) 볶음밥까지 맛있게 먹었다. 전반적인 컨디션도 좋고, 무더위에 이사하느라 도진 피부의 일부분은 다 낫지 않았지만, 대부분 회복되어서 이전보다 더 좋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