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신진대사는 유전학적으로 녹말을 먹음으로써 가장 효율적으로 활성화되도록 진화해왔다. (중략) 녹말을 기본으로 하는 음식 섭취는 날씬한 몸매뿐 아니라 건강을 선물로 준다.(p.68) 존 맥두걸,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자연식물식을 하고 기록을 남긴 지 60일째 되는 날이다. 점심에는 두부구이와 돌나물샐러드를 했다. 두부 한 모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앞뒤로 굽다가 양념을 넣고 한 번 더 구웠다. 양념은 간장, (마스코바도) 설탕, 냉동 다진 마늘을 한 큰 술씩 넣고, 물을 세 큰 술 넣었다. 두부는 소금간만 해서 살짝 굽거나 생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가족들이 함께 먹는 식탁을 차릴 때에는 음식 냄새를 풍기기 위해서 마늘이 들어간 양념을 종종 사용한다. 돌나물 샐러드는 준비하기가 쉬우면서도 맛과 모양새가 훌륭하다. 돌나물을 씻어서 오목한 접시에 담고 간장, 매실청, 생들기름을 각각 한 작은 술씩 뿌리면 완성이다. 반찬으로 그냥 먹어도 좋지만 돌김에 싸 먹으면 김의 식감과 잘 어울린다. 며칠 전에 만들어 둔 찌개도 데우고, 미리 만들어 둔 몇 가지 김치에 물김치, 나물까지 꺼내니 식탁이 한가득이다. 자연식물식 음식을 조금씩 미리 준비해 두면, 건강하고 풍성한 식탁이 쉽게 차려진다.
저녁에는 부침개를 했다. 냉장고에 며칠째 있던 부추를 한 봉지 꺼내서 다듬고, 파도 한 뿌리 잘게 잘랐다. 고추 두 개도 잘게 자르고, 며칠째 몇 장 남아돌던 상추도 잘게 찢어 넣었다.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를 채소가 엉길 정도로 넣고 물을 조금 추가해서 반죽을 만들었다. 기름이 꽤 들어가는 음식이라 나는 먹지 않았고, 가족들 반찬으로만 내어 주었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식용유를 되도록 적게 쓰고 있어서 부침개를 할 때에도, 이전에는 튀기듯이 기름에 지졌다면, 지금은 기름을 살짝 둘러서 바삭한 식감만 나게 한다. 추석 선물로 갈비 세트가 들어왔는데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한 팩씩 곁들여 있어서, 저녁 반찬으로 김치만 꺼냈다. 남이 만들어 준 음식은 다 맛있다고 하지만, 이번 김치는 정말 맛있었다. 집에서 만든 김치처럼 삼삼하고 새콤하게 맛이 잘 들어 있어서, 다른 반찬 없이 김치만 있어도 밥 한 그릇 뚝딱 먹을만한 맛이었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입맛이 바뀌었는데, 이제는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보다 개운한 채소 반찬, 특히 김치가 맛있다. 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사람들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맛있는 김치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으니 스스로도 신기하다. 저녁을 다 먹고 난 가족들이 추가로 라면을 끓여 먹겠다고 한다. 내가 자연식물식을 한다고 가족들까지 다른 음식을 일절 못 먹게 할 수는 없다. 못마땅하지만 그냥 두었더니 라면 2개를 끓여서 (나를 제외한 가족) 셋이서 맛있게 나누어 먹는다. 깍두기를 더 내어주며, 나는 물김치를 한 대접 꺼내서 먹었다. 라면이 좋은 음식은 아니지만, 먹고 싶을 때 기분 좋게 먹는 가족들에게 라면의 해악을 설파할 필요까지는 없으니, 자주 먹는 게 아니라면 스트레스 없이 먹고 잘 소화시키라고 말을 아꼈다.
자연식물식의 기록을 시작할 때에는 30일만 채워보자는 심산이었다. 30일도 겨우 채울 수 있을까 싶었는데, 날이 가는 줄도 모르게 수월하게 지나서 벌써 60일째다. 처음에는 힘들어서 매일매일 날짜를 헤아렸는데, 점점 편해지고 즐거워지니 날짜를 헤아릴 필요도 없다. 이제는 자연식물식이 삶의 일부처럼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기록을 남기는 시간 말고는 자연식물식이 편안한 삶의 루틴처럼 느껴진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자연식물식은 준비하기가 편할뿐더러 맛이 좋고, 먹은 뒤의 편안함으로 만족감이 주기 때문에 계속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자연식물식 60일째인 오늘의 몸무게는 어제 보다 약간 늘었고, 전반적인 컨디션은 좋다. 건강에 이롭고, 실컷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면서, 맛이 있으니 자연식물식을 더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