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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Sep 09. 2024

비빔밥의 채소도 부족해서, 자연식물식

연거푸 외식할 일이 생겼다. 자연식물식을 엄격하게 할 때에는 도시락이라도 싸가지고 나갔지만 유연한 자연식물식을 하고 있으니 밖에서도 사 먹을 음식이 얼마간 있다. 특히 비빔밥이라면 만만한 외식 메뉴로 딱 좋다. 밥 위에 다양한 채소와 나물을 듬뿍 올리고 고추장과 달걀프라이 한 장이 올라갔을 뿐이니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다. 집에서 먹는 자연식물식이라면 달걀은 사용하지 않지만, 밖에서 완벽을 기하기는 어렵다. 저녁에도 외식을 할 상황이면 또 비빔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지난주에도 밖에서 두 끼를 계속 비빔밥만 먹었더니, 오늘은 집밥이 그립다. 아무리 비빔밥 위에 채소가 많다고는 하나, 집에서 먹는 자연식물식만큼 풍성한 채소와 과일은 아니다. 밖에서 먹는 두 끼의 비빔밥이 성에 차지 않아서 일정을 좀 조정하고 저녁시간에 맞게 귀가했다.


집에 오자마자 북어로 국물을 낸 미역국을 데우고, 시원하고 개운한 물김치를 한 대접 펐다. 선물로 들어온 새콤달콤한 배추김치도 꺼내고 돌나물샐러드도 만들었다. 다행히 아직 멀쩡한 숙주나물도 냉장고에서 꺼내어 식탁을 차렸다. 멸치볶음도 꺼냈다. 통곡물밥을 지을 시간은 없어서 가족들 먹으라고 해 둔 현미가 조금 들어간 잡곡밥을 한 공기 펐다. 식탁을 펼쳐 두고 보니, 밖에서는 만날 수 없는 건강하고 가장 맛있는 밥상이다. 오이와 양배추가 빼곡히 들어간 물김치와 미역이 넉넉하게 들어간 미역국을 먹고 나니 제대로 먹은 느낌이라 만족스럽다. 산해진미가 있는 뷔페도 먹고 나면 속이 부대끼고, 밖에서 먹는 비빔밥은 아무리 채소가 많이 들어갔다고 해도 충분히 만족하기에는 부족하다.


자연식물식 62일째다. 입맛이 많이 바뀐 것을 실감한다. 몸이 원하는 음식도 바뀌었다. 물론 뷔페식당에서 달콤한 음식이 앞에 있으면 물리치기는 어렵지만, 달콤한 음식이 차려져 있을 때보다 거친 통곡물 밥에 샐러드와 나물로 차려진 식탁이 있을 때가 더 즐겁다. 어제 과식을 한 터라 몸이 좀 무거워서 또다시 모노다이어트(생채소와 과일만 먹는 다이어트)를 하루 정도 할까 고민이 된다. 이번 주에는 또 외식할 일이 있으니, 당분간은 집에서 먹을 때라도 최대한 자연식물식에 가까운 음식을 즐겨야겠다. 내일은 쑥쌀가루에 팥을 넣고 쑥설기를 찌려고 쑥을 한 컵 불려 두었다. 자연식물식만으로도 맛있게 먹을 음식이 지천에 쌓여서, 오히려 과식을 조심해야 할 정도다. 많이 먹었지만 몸무게는 거의 늘지 않았고,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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