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식물식 63일째다. 점점 자연식물식 음식이 맛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과식을 하게 된다. 아토피가 갑자기 도져서 식이요법을 시작할 때는 먹을 음식이 너무 없어서 심란했는데, 이제는 자연식물식 음식이 맛있기만 하다. 자연식물식을 하다 보니 입맛이 바뀌었다. 커피와 유제품, 고기와 밀가루 음식을 달고 살 때에는 계속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았는데, 음식을 바꾸어 채소와 과일, 통곡물 위주의 자연식물식을 하다 보니 순한 맛이 제대로 느껴진다. 거칠어서 먹지 않던 통곡물밥이 이제는 진심으로 맛있다. 현미를 12시간 이상 불린 다음(저녁에 씻어 두고 다음 날 사용하면 된다), 콩을 잔뜩 올리고 지은 밥이 구수해서 한 그릇을 오롯이 먹고도 부족할 정도다. 간식도 묵직한 치즈케이크 정도는 되어야 만족스러웠는데, 이제 치즈케이크는 반 조각은커녕 조금만 먹어도 너무 달아서 먹을 수 없을 정도다. 오히려 거친 쑥이 들어간 쑥설기라면 환영이다.
팥을 올린 쑥설기를 찌려고 어젯밤에 팥을 한 컵 불려 두었다. 팥은 오래 불리지 않으면 딱딱해서 먹기 힘들다. 물을 자박하게 넣고 불려두었는데 아침에 보니 팥이 물을 엄청나게 흡수해서 오동통해졌다. 잘 불어 난 팥에 또다시 물을 넉넉하게 넣고 전기밥통에 잡곡기능으로 돌리면 팥이 부드럽게 익는다. 익은 팥에 설탕 두 큰 술을 넣고 섞었다. 어머니가 가져다 주신 냉동 쑥쌀가루는 실온에 미리(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꺼내서 해동했다. 해동된 쌀가루를 손에 쥐어보니 물기가 있다. 그래서 따로 물주기(떡을 찌기 전에 쌀가루에 물을 뿌리고 주물럭거리는 것)를 하지 않고 바로 쪘다. 찜통에 삼발이를 올리고, 팥을 바닥에 깔았다. 팥 위에 쑥쌀가루를 올리고, 맨 위에 다시 팥을 올렸다. 팥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맨 위에 올리는 팥은 듬성듬성하다. 뚜껑을 닫고 1시간 정도 찌면 된다. 보통 백설기를 찔 때에는 20분 찌고, 5분 뜸을 들이는데, 오늘은 쑥쌀가루 양이 많은 데다가 칼집(쌀가루를 익히기 전에 떡을 썰듯이 칼로 선을 그어주는 것)을 내지도 않고 쪘더니 20분으로는 턱도 없다. 20분 뒤에 꺼내 본 떡이 겉만 익어서 칼집을 내고 다시 30분 이상 약불에 쪘다. 그렇게 1시간을 쪘더니 좀 질펀한 감이 있지만 속까지 잘 익었다. 한 김 식혀서 통에 담았다. 식을수록 쫀득한 맛이 강해지니 좀 질어도 괜찮다. 오랜만에 찐 쑥설기가 맛있어서 몇 번이나 가져다 먹다 보니 과식을 해서 점심은 따로 먹지 않았다. 쑥설기는 그냥 찌는 것보다 팥을 곁들여 찌면 훨씬 맛이 좋다.
저녁에는 어머니가 가져다 주신 황태구이를 먹었다. 자연식물식 초기에는 엄격한 자연식물식을 유지하느라 생선을 거의 먹지 않았는데, 이제는 완전히 피하지는 않고 과하지 않은 양을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는다. 양념이 크게 맵지 않으면서도 간이 딱 맞아서 아이들과 맛있게 먹었다. 황태구이가 있어도 돌나물샐러드와 여러 가지 삼삼한 김치, 미역이 잔뜩 들어간 미역국에 숟가락이 더 빈번하게 갔다. 오늘 갑자기 날씨가 무더워졌다. 35도까지 올라가니 산책이 어려워서 요가로 스트레칭을 했다. 깊은 스트레칭이 되는 요가영상을 따라 하니 몸이 개운하다. 더운 여름에 집에서 홈트를 하면서부터 요가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 요가를 하면, 자연스럽게 몸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데, 그 느낌이 좋다. 며칠 과식을 했더니 드디어 오늘 몸무게가 늘었다. 며칠 동안 거의 몸무게의 변화가 없더니 이렇게 시차를 두고 한꺼번에 몸무게가 불었다. 자연식물식을 주로 먹는데도 몸무게가 늘었으니, 먹는 양을 조절해 보아야겠다. 피부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고,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도 좋지만, 과식 때문인지 속이 좀 더부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