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미소리 Sep 11. 2024

넉넉한 오이물김치

몸과 마음의 연결

김치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간 입에 맞는 김치를 찾지 못했던 것이지, 김치가 결코 싫지 않다. 영화 초콜릿을 보면, 여자는 남자가 어떤 초콜릿은 좋아하는지 궁금해한다. 여자는 남자가 좋아할 만한 초콜릿을 여러 가지 제시하지만 남자는 아니라고만 한다. 사실 남자가 좋아하는 초콜릿은 뜨거운 물에 녹인 핫초콜릿이다. 나는 맵거나 짜지 않게 담근 개운한 김치라면 다 좋지만, 특히 시원하고 아삭아삭한 오이가 넉넉하게 들어간 물김치가 가장 좋다. 냉장고에 물김치만 넉넉하게 있으면 다른 반찬이 아쉽지 않다.


양배추물김치에 오이를 넣고 두어 번 담갔는데, 양배추의 아삭거리는 식감이 좋지만 오이가 부족해서 아쉬웠다. 오늘은 오이를 넉넉하게 여섯 개나 넣고 물김치를 담갔다. 양배추가 크지 않아서 한 통을 다 사용했다. 양배추는 한 입 크기로 잘라서 몇 번 헹군 뒤에, 굵은소금 두 큰 술에 절였다. 무는 삼분의 일 통만 사용했다. 무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양배추와 함께 절였다. 깨끗이 씻은 오이는 길게 4 등분하고 한입 크기로 잘랐다. 중간 크기의 양파는 3개를 꺼내어 오이와 비슷한 크기로 잘랐다. 양배추와 무가 약간 숨이 죽었을 때, 오이까지 섞어서 절였다. 양파는 양념 역할을 하니 절이지 않아도 된다. 양념은 밥 두 큰 술, 고춧가루 두 큰 술, (마스코바도) 설탕 두 큰 술, 굵은소금 한 큰 술을 섞었다. (천연) 식초와 매실청도 넣으려고 보니 밑바닥에 조금씩 밖에 남지 않아서 있는 대로 탈탈 털어 넣었다. 한 큰 술도 안 되는 양이었다. 양념이 잘 섞이라고 물 한 컵을 넣고 핸디믹서에 갈았다. 김치통에 양념을 붓고 절여진 채소와 양파를 넣고 물을 가득 부어주면 완성이다. 한통은 바로 냉장고에 넣고, 먼저 먹을 한통은 한 나절 실온에 발효시킨 뒤에 냉장고에 넣었다. 지난번에는 식초와 매실청을 넉넉히 넣어서 따로 발효시키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발효시간을 좀 뒀다. 내일이면 또다시 개운한 물김치를 맛볼 수 있다. 세 번째 담그는 거라 맛이 어느 정도 가늠이 되지만,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오이가 많이 들어갔고, 물도 좀 넉넉히 부었으니 어떤 맛이 나올지 궁금하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편안했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마음이 좀 어수선하다. 아무리 자연식물식이 좋다지만 며칠째 과식을 하면서 속이 좀 더부룩하고, 자연식물식 이외의 음식을 조금씩 추가하게 되었는데, 그게 문제라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저녁에 아이들 간식시간에 나도 무화과호두깜빠뉴를 두어 조각 먹었고, 저녁반찬으로 만든 돼지고기 김치찌개에서 고기를 제외한 부분(고기 육수가 스며든 채소와 두부)을 먹었고, 낮에는 황태를 넉넉히 넣은 미역국을 먹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자연식물식에서 벗어난 음식을 상당히 먹은 셈이다. 음식이 부대끼는 것일 수도 있고, 오늘 기대했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불편한 것일 수도 있다.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으니 뭐가 문제인지, 뭐가 먼저인지 알 수 없다. 이렇든 저렇든 내일은 좀 적게 먹고, 자연식물식이 아닌 음식은 좀 멀리하고, 욕심을 버리고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며칠 전 치팅데이 이후로 속이 계속 더부룩한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컨디션은 양호하고 몸무게도 약간 줄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