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은 집에서 복숭아로 가볍게 시작했다. 점심에는 친정에서 명절 상을 차려 두고 맛있게 먹었다. 메인 반찬은 소고기 전골이었지만, 국물과 채소만 맛보고, 삼색나물과 도라지무침, 쌈채소와 채소스틱, 채소전 위주로 먹었다. 조기구이도 한 마리 먹었다. 몇 가지 과일과 송편을 디저트로 과하게 먹었지만, 기분 좋게 천천히 대화하며 먹어서 부대끼지는 않았다. 저녁은 우리 집에서 가족모임을 했다. 소갈비구이로 메인을 차렸지만, 몇 가지 채소반찬을 했다. 시어머니가 농사지어 주신 양파와 애호박이 있어서 이용했다. 양파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양파김치를 했다. 양파가 많을 때에는 김치를 담가 두면 먹기 편하다. 양파 6개, 대파 2 뿌리를 사용했다. 파도 양파와 비슷한 크기로 잘라서 이용했다. 절일 필요가 없어서 재료 손질이 끝나자마자 양념을 준비했다. 양념은 다진 마늘 1, 고춧가루 2, 멸치액젓 5, 설탕 2, 매실청 2큰술을 섞어 사용했다. 양파 자체의 알싸한 맛이 강하기 때문에 양념이 좀 삼삼해도 괜찮고, 양념을 많이 넣고 강하게 해도 나름의 맛이 있다. 양파가 어찌나 매운지 양파를 자르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울고 나면 정화가 된다는데, 양파의 매운 기운 때문에 흘린 눈물이라 정화까지는 모르겠지만,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막으려 하지 않고 그냥 흐르는 대로 두었더니 양파의 매운 기운은 가려지고, 양파 손질이 끝나자마자 눈물도 깔끔하게 말랐다.
애호박 1개는 통통하게 살이 쪄서 반을 갈라서 사용했다. 한 개를 다 볶고 싶었는데, 반을 잘라 놓고 보니 충분히 많아서 반만 볶았다. 기름 두른 팬에 강불로 양파 한 개를 볶다가 애호박을 넣고 마저 볶았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했다. 쌈채소와 채소 스틱을 큰 접시에 한가득 준비하고 소고깃국과 물김치, 삼색나물, 소갈비구이로 식탁을 차렸다. 소갈비구이가 메인이지만 맛을 보려고 한 개 먹고는 채소 반찬 위주로 저녁을 먹었다. 디저트는 몇 가지 과일과 송편,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꺼냈다. 아이스크림은 자연식물식과 동떨어진 음식이지만 함께 먹는 재미에 맛을 보았다. 강하게 단맛이지만 이전에 좋아하던 초콜릿 맛이라 싫지 않았다. 두 조각 이상 먹으면 끝없이 먹게 될까 봐 한 조각에서 멈추었다.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추석, 우리나라의 대명절이라 가족들이 모이니 자연식물식이 가능할지 스스로도 의문이었는데, 역시 우리의 한식은 자연식물식 하기에 좋은 음식이다. 명절 음식 중에서 고기반찬만 골라내고 먹으면 충분히 자연식물식이 가능했다. 오히려 풍성한 추석의 채소반찬과 나물반찬을 실컷 즐겼다. 고기를 조금씩 먹기도 했지만, 몇 달 이상 먹지 않았더니 먹고 싶은 마음도 없고 고기 냄새가 싫어서 맛보는 정도 이상은 아니었다. 명절에 많이 먹었는데도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그런지 몸무게는 약간 줄었고 전반적인 컨디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