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를 삶의 한 방법으로 택한 사람들은 암, 당뇨병, 심장 질환의 발병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채식주의자들은 이러한 질병의 메커니즘이나 치료법을 안다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식단에서 고기를 제거함으로써 이러한 질병을 예방하고 정복하는 데 큰 성공을 거두었다.(p.299) 안드레아스 모리츠, <건강과 치유의 비밀>
자연식물식 72일째다. 오늘의 자연식물식은 무심하게 지나갔다. 특별한 반찬을 만들지 않았고, 현미밥만 새로 했다. 현미 세 컵에 찹쌀백미를 한 컵 섞어서 지었는데, 생각보다 건조하고 딱딱했다. 찹쌀을 섞었으니 쫀득할 줄 알았는데 미리 불려두지 않은 현미를 사용해서 그런지, 전기밥통의 발아현미 모드로 거의 3시간을 돌렸는데도 부드럽지 않았다. 현미로만 밥을 지어도 10시간 이상 불려두면 전기밥통의 현미 모드로 1시간만 돌려도 촉촉하고 부드러운 밥이 되었는데, 불리지 않은 영향이 컸다. 물도 좀 적었는지 찹쌀이 들어갔다는 느낌조차 없었다. 찹쌀이라도 넣지 않았으면 완전히 푸슬거리는 밥이 되었을 뻔 했다. 흩날릴 정도는 아니라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며칠만에 상봉한 현미밥 치고는 보통의 맛이었지만, 역시 현미밥을 먹으니 속이 하루 종일 편안하다.
아이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아침에는 흰죽을 끓였다. 요즘에 코로나에 감기, 폐렴까지 유행이라 더니 역시 우리 아이도 기침을 하더니 열이 오르락내리락 했다. 아침에 함께 흰죽을 먹고 아이를 하루 종일 집에서 쉬게 했다. 다행히 점점 컨디션이 좋아져서 점심에는 조기구기에 밥도 먹고 저녁에는 김치볶음밥 하는 걸 곁에서 도우며 진두지휘까지 할 정도였다. 아이 컨디션은 좋아졌지만 혹시나 하고 소아과에 다녀왔다. 자꾸 감기를 달고 사는 작은 아이를 보면, 함께 자연식물식을 하고싶은데, 아이 식성도 내 맘 같지는 않다. 조금씩 좋은 음식을 주는 비중을 늘릴 수는 있지만, 좋아하는 음식을 못 먹게 하기는 쉽지 않다.
점심과 저녁의 자연식물식 반찬은 어제 가족모임을 하고 남은 반찬들이 주를 이루었다. 삼색나물과 쌈채소, 채소 스틱, 오이도라지초무침, (소고기를 제외한) 전골의 채소와 국물, 그리고 배추김치와 물김치로 점심과 저녁을 차렸다. 새로 반찬을 하지 않아도 냉장고에 몇 가지의 김치가 있고 명절에 먹고 남은 나물과 채소반찬이 있으니 충분하다. 자연식물식 초기에는 반찬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자연식물식에 익숙해지면서 삼삼한 김치를 냉장고에 쟁여 두고 먹으니 반찬에 신경 쓰지 않아도 자연식물식 식탁을 쉽게 차릴 수 있다. 게다가 자연식물식을 하면서는 먹는 욕심도 많이 줄었다. 좋아하는 반찬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식탁을 대한다.
간식으로 미니 단호박을 쪘다. 냉장고 서랍에 오랫동안 있는 걸, 자꾸 미루다가 오랜만에 꺼냈더니 벌써 한 개는 한쪽이 붉게 변하면서 물러있다. 나머지 한 개는 아직 단단하고 말짱해서 한 개만 쪘다. 미니 단호박을 (속의 상태도 확인할 겸) 삼 등분으로 잘라서 쪘더니 금방 푹 익었다. 찜기에 올리고 강불에 15분 정도 쪘다. 숙성이 되어서 단맛이 강했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냉장고의 식재료를 버리는 일 없이, 미리 손질해서 반찬을 만들어 두곤 했는데, 미니 단호박이 있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고구마와 옥수수를 새로 사서 먹는 바람에 한 개를 버리고 말았다. 아직도 냉장고를 샅샅이 살피려면 멀었나 보다.
자연식물식 72일 째, 아이가 감기기운이 있어서 그런지 나도 며칠 전부터 약한 감기기운이 오락가락하고 특히 저녁이면 조금 더 불편하다. 그래도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고, 건강한 자연식물식을 잘 이어가고 있다. 9월 중순이 훅 지나는데도 아직 더워서 산책은 잘 못하고, 주로 요가를 하고 있다. 요가를 하면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깊게 하는 느낌이 좋다. 몸무게는 어제와 비슷하고 피부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
* 표지 사진 : Unsplash의 Odiseo Castrej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