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식품연구소에서 행한 연구는 양배추, 케일, 브로콜리, 방울양배추와 같은 배추속에 속한 채소가 항암성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어 암세포의 자살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직과 혈액에서 강한 정화 효과를 보여주는 이 채소들을 규칙적으로 먹으면 전반적인 독성을 크게 줄이고 암세포에 대한 신체의 필요성을 없앤다.(p.574) 안드레아스 모리츠, <건강과 치유의 비밀>
김치를 세 가지나 담근 날이다. 자주 이용하는 친환경 생협에 갔다가 채소를 이것저것 사 왔다. 열무가 딱 한 봉지 남았기에 장바구니에 담고, 오이가 떨이로 엄청 싸게 팔기에 또 한 봉지 담고, 중파도 좋아 보여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집에 와보니 물품들이 벌써 집 앞에 도착해 있다. 채소들을 냉장고에 넣지 않고 선반에 꺼내어 두고 손질을 시작했다. 보통은 냉장고에 쟁여 두었다가 상하기 전에 부랴부랴 손질하거나, 먹고 싶어지면 조금씩 만드는데, 오늘 사온 떨이 오이는 바로 손질하지 않으면 못 먹고 버릴 것 같다. 그래서 오이김치를 담그는 김에 열무김치까지 담갔다. 양념은 밥 2, 고춧가루 3, 냉동 다진 마늘 2, 매실청 2, (마스코바도) 설탕 2, 멸치액젓 1, 굵은소금 1큰술을 핸디믹서로 곱게 갈았다. 별생각 없이, 거의 자동적으로 이것저것 섞어서 갈았는데 간을 보니 너무 짜다. 게다가 보통 겉절이를 할 때에는 (풀 대용품인) 밥을 넣을 필요가 없는데 밥까지 넣어 버려서 걸쭉하다. 멸치액젓이 똑 떨어져서 굵은소금을 추가했더니 평소의 맛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양념을 조금만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간단한 양념으로 버무린 겉절이를 좋아하는데, 오늘의 양념 맛은 묵직하다.
연한 열무를 먼저 씻어서 절였다. 굵은소금 2큰술을 넣고 20분 정도 절여지는 동안, 오이 6개를 스틱으로 잘라서 절이고, 중파도 큰 걸로 세 뿌리나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잘랐다. 열무에서 나온 물을 버리고 다듬어 둔 파를 절반 정도 섞어서 양념에 버무렸다. 새콤달콤한 맛이 아니라 짠 김치 맛이다. 숙성되면 열무에서 물이 나오면서 싱거워질 테니 매실청만 두 큰 술 추가해서 버무리고 마무리했다. 15분 정도 절인 오이도 물을 버리고, 남겨 둔 중파를 모두 섞어서 양념에 버무렸다. 오이는 새콤한 맛이 좋으니, 매실청 네 큰 술을 추가했다. 원했던 맛은 아니지만 다른 양념은 추가하지 않고 통에 담았다. 늦은 저녁으로 오늘 담가 둔 김치를 꺼냈는데 생각보다 맛있다. 반찬가게에서 사 온 몇 가지 반찬을 같이 늘어 두었는데, 오늘 담근 김치에만 젓가락이 자꾸 간다. 평소와 다른 맛이어서 기대도 안 했는데, 막상 밥이랑 같이 먹으니까 잘 어울린다.
만들어 둔 양념이 남아서, 작은 통에 옮겨 두었는데, 갑자기 냉장고에 들어있는 밍밍한 양배추김치가 생각났다. 엊그제 만들었다가 오늘 점심에 처음 맛을 보았는데, 거의 생양배추 맛이라 깜짝 놀랐다. 다 먹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는데, 오늘 만든 양념에 다시 버무리니 맛있는 양배추김치가 되었다. 완성된 세 가지 김치 중에 양배추김치가 가장 맛있다. 마치 양배추김치를 위한 양념처럼 양배추와 아주 조화롭다. 만약에 가족들이 열무김치를 잘 먹지 않으면 열무비빔밥을 하면 된다. 오이김치는 그럭저럭 맛이 좋으니 당분간은 삼삼한 오이김치를 매번 식탁에 편안하게 올릴 수 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양배추김치까지 얻은 셈이다. 평소에는 양념으로 몇 가지만 단순하게 섞어서 만든 가볍고 삼삼한 김치를 좋아하는데, 오늘의 김치도 나름의 맛이 있다. 양념이 너무 묵직해서 버린 줄 알았는데, 이만하면 괜찮다. 김치 담그기를 무서워했는데, 담그다 보니 이 맛 저 맛 어떻게 해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음식이 바로 김치다. 어지간하면 못 먹을 맛이 아니라, 색다른 맛의 김치가 된다. 이러니 김치를 포함한 자연식물식 음식 만들기가 재미있다. 내일은 또 무슨 반찬을 만들어 볼까? 재료 맛을 살릴 수만 있다면 맛없는 음식은 거의 없으니, 또 새로운 맛을 시도해 볼까? 자연식물식 73일째, 오늘 몸무게는 약간 줄었고, 전반적인 컨디션도 매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