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단백질을 구성하는 여덟 개의 아미노산은 쌀과 콩이 주원료인 간단한 식사나 ‘치아 시드’ 등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쌀은 콩에 부족한 아미노산을, 콩은 쌀에 부족한 아미노산을 포함하고 있다.(p.285) 안드레아스 모리츠, <건강과 치유의 비밀>
자연식물식 75일 차다. 이제는 별생각 없이 무난하게 자연식물식을 유지하고 있다. 아침은 자연스럽게 과일을 먹는다. 요즘에는 과일이 풍성해서 좋다. 올해는 과일이 다 풍년인지 맛도 좋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냉장고에 있는 복숭아와 사과, 배를 하나씩 손질했다. 배는 얼마나 크고 아삭아삭한 지 지금이 가장 맛있을 때인가 보다. 과일 세 개를 잘랐을 뿐인데 네 가족이 먹고도 남아서 통에 담아두니 하루 종일 여기저기 굴러다니다가 결국 남은 건 내가 다 먹었다. 점심 디저트로는 포도를 한 송이 먹었다. 가족들은 디저트로 거의 식사처럼 묵직한 샌드위치와 쌀과자를 먹고, 나는 과자의 유혹에 닿지 않도록 얼른 포도를 한 송이 준비했다.
점심과 저녁은 아직도 명절에 들어온 음식과 남은 음식이 많아서 새로운 반찬은 하지 않았다. 가족들 식사는 명절 음식으로 차려 주고, 내 자연식물식 반찬은 여러 가지 삼삼한 김치 반찬과 김구이, 깻잎쌈으로 차렸다. 이전에는 김치 하면, 짜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생각하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자연식물식을 시작하면서 만드는 김치는 삼삼해서 거의 무침 수준이다. 갓 무친 가벼운 채소 반찬이나 샐러드보다는 묵직하지만, 아주 심심한 간으로 만드니, 다른 채소반찬을 준비하지 않아도 김치 몇 가지만 꺼내면 채소는 충분하다. 간단하게 쌈채소나 채소스틱, 또는 가벼운 샐러드 한 가지만 더 내어도 자연식물식 식탁으로 손색이 없다.
간식으로는 어제 만든 생쌀 식빵을 다시 도전해 보았다. 어제 반죽이 질었던 생각에 오늘은 불린 쌀에 물을 아주 조금만 잡고 믹서기에 갈았다. 당연히 걸쭉한 반죽이 될 줄 알았는데, 질다. 심지어 어제보다도 더 질어서 거의 액체 수준이다. 두 번째 만드는 거라 (성공할 줄 알고), 쌀을 세 컵이나 사용했는데 난감하다. 게다가 어제 냉동실에 남은 쌀가루를 빵반죽에 다 사용해서 쌀가루도 없다. 급한 대로 불리지 않은 생쌀을 한 컵 더 넣고 갈았다. 역시나 반죽이 여전히 좀 질지만 빵이 구워지지 않을 정도는 아닐 거라 억지로 믿으며 설탕, 소금, 버터를 조금 추가하고 냉동 이스트를 넣어서 발효를 했다. 반죽이 진 편이니 1.5배로 부푼 상태에서 발효를 멈추고 제빵기에 50분간 구웠다. 양이 많아서 어제보다 10분이나 오래 구웠는데도 가운데는 익지도 않고, 게다가 푹 꺼지기까지 했다. 20분을 추가로 더 구웠더니 노릇하게 구워졌지만, 빵 가운데가 푹 꺼진 바람에 푹신한 빵이 되지 못했다. 게다가 뒤에 넣은 불리지 않은 쌀의 딱딱한 식감이 너무 거칠다. 양도 많은데 기대한 빵이 되지 못했으니, 이 빵을 다 어떻게 해치울지 심난했다. 그나저나 한 김 식혀서 자르니(쌀식빵은 식기 전에 자르면 다 찌그러지고 모양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보아도 떡 같다. 뒤에 넣은 쌀의 거친 식감 때문에 더 마르면 안 되니, 비닐봉지에 꽁꽁 싸서 넣어 두었다. 몇 시간 뒤에 먹은 오늘의 쌀 식빵은, 완전히 증편이다. 다행히 남편과 첫째 아이가 증편을 좋아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빵의 거친 부분도 뜸이 들었는지 한결 부드러워졌다. 가족들이 식빵에 딸기잼과 단팥까지 얹어서 맛있게 먹어주니 다행히 빵이 많이 줄었다. 게다가 워낙에 빵순이였던 나도 몇 조각 먹다 보니 오늘의 식빵은 기대에 못 미친 것에 비하면 잘 먹었다.
다음에는 물을 거의 넣지 않고 잘 불린 쌀을 갈아서 쌀식빵을 만들어 보아야겠다. 쉽게 될 것 같은데 잘 안 되니, 더 시도해 보아야겠다. 에디슨처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거창한 생각은 하지 않지만, 적어도 다음에는 이번에 사용한 방법은 피할 테니, 성공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간 것은 맞다.
자연식물식 75일째, 몸무게는 약간 늘었다. 피부도 점점 치유되고 있고 전반적인 컨디션도 좋다. 그런데 어제부터 올라온 눈의 이물감이 아직 남아있고, 전에 없이 얼굴에 뾰루지가 하나 올라왔다. 원인은 잘 모르겠지만, 역시나 이것저것 조금씩 먹는 습관에서 다시금 원래의 자연식물식 음식인 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단으로 조금 더 가까이 옮겨가 보아야겠다.
*표지 사진 : Unsplash의 Bilal Shei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