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채소, 곡물과 콩류, 견과류, 씨앗과 같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품을 섭취함으로써 불용성 및 가용성 섬유질 섭취를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다. 너무 단순하게 들리겠지만, 음식은 여전히 최고의 약이다.(p.596) 안드레아스 모리츠, <건강과 치유의 비밀>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빵은 거의 먹지 않고 있다. 밀가루도 문제라면 문제이고, 시판 빵에 들어간 여러 가지 첨가제가 신경 쓰여서 특별한 날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 떡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하는데, 집에서 생쌀로 빵도 만들 수 있다는 정보를 듣게 되었다. 생쌀을 충분히 불린 뒤에 물을 조금 넣고 소금과 설탕, 기름을 넣어 믹서기에 잘 갈아 주면 반죽이 된다는 거다. 거기에 이스트를 넣고 오븐에 구우면 겉바속촉의 쌀식빵이 만들어진단다. 집에 있는 생쌀로 만든 수제 빵이라니 관심을 끌고도 남는다. 바로 구운 뜨거운 빵이 얼마나 맛있을지 상상을 하며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만드는 거니 쌀은 한 컵만 사용했다. 많이 만들다가 잘못되면 일이 커지니 처음에는 적은 양이 낫다. 서너 시간 불린 쌀에 물을 조금 넣었다. 밥을 할 때보다 훨씬 적은 양을 넣고, 소금 한 티스푼, 설탕 한 큰 술을 넣어서 믹서기에 잘 갈았다. 갈아 놓고 보니 너무 질다. 유튜브에서 볼 때에는 꽤 꾸덕한 느낌이었는데, 이건 거의 물에 가깝다. 쌀과 물을 함께 갈면, 생각보다 점도가 낮다는 걸 처음 알았다. 더 불려둔 쌀이 없어서 냉동실에 있는 쌀가루를 두 큰 술 넣었더니 걸쭉해져서 버터 한 큰 술과 이스트 반 티스푼을 넣고 믹서기에서 섞었다. 반죽이 좀 더 꾸덕하면 좋겠지만, 쌀가루까지 다 써서 그냥 만들기로 했다. 제빵기 틀에 기름칠을 하고 반죽을 부었다. 전자레인지 속에 뜨거운 물 한 컵과 반죽을 함께 넣어 한 시간쯤 두었다. 갑자기 쌀쌀해진 실온에서는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밀폐된 전자레인지 속의 온도와 습도를 올려서 반죽을 발효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물론 반죽이 발효되는 동안, 전자레인지를 작동시키면 안 된다). 반죽이 1.7배 정도 부풀어 올랐을 때 구우면 좋다는데, 이번 반죽은 너무 질어서 1.5배 정도 부풀었을 때 구웠다. 제빵기에 베이킹 모드로 40분 동안 구웠다. 구워서 꺼내 놓고 보니 양이 적어서 식빵은 아니고 그냥 넓적한 빵이 되었다. 식은 뒤에 잘라야 모양이 산다는 데, 굽자마자 포크로 살짝 뜯어서 맛을 보았다. 겉바속촉 제대로 구워졌다. 반죽이 질어서 너무 부드럽긴 하지만, 적당히 부풀었고 쫀득쫀득한 식감에 겉은 누룽지처럼 구수하다. 버터와 설탕이 과하게 들어간 느낌이지만 맛은 좋았다. 다음에는 반죽 양을 늘리고 물은 적게 잡고, 설탕과 버터의 비중을 줄여서 시도해 보아야겠다. 현미로 구워도 되고, 버터나 기름은 빼고 소금 간으로만 구워도 괜찮다니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 보아야겠다.
주말의 자연식물식 식탁은 어제 만들어 둔 다양한 김치와 남아 있는 명절 음식으로 차렸다. 가족들은 채소 반찬에 소고기 전골과 깻잎고기전을 추가해 주었다. 어제 만든 열무김치는 좀 짜게 되었지만 오이김치는 물이 많이 나오면서 삼삼하게 간이 딱 좋아졌다. 이제 냉장고에 만들어 둔 김치 종류가 너무 많아서 한 번에 다 꺼낼 수 없고, 점심에는 열무김치와 오이김치를 꺼내고 저녁에는 양파김치와 양배추김치를 꺼내는 식으로 나누어서 식탁을 차렸다. 심지어 물김치는 하루 종일 꺼낼 틈이 없었다. 이전에는 김치가 없어도 밥을 잘 먹던 사람이었는데, 냉장고에 이렇게 김치를 쟁여두고 먹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냉장고에 김치가 많다고 마음이 이렇게 든든할 줄은 더욱 생각도 못했다. 냉장고에 자연식물식 음식인 삼삼한 김치반찬이 가득 들어 있으니 반찬 걱정은 할 일이 없다. 김치가 너무 많아서, 남아 있던 햇 배추김치는 두부 두루치기를 했다. 김치를 지지다가 설탕과 간장, 참기름으로 간을 하고, 두부 한 모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어 한 번 더 졸여 주면 완성이다. 두부김치의 새로운 버전인데 만들기도 쉽고 맛도 좋다.
자연식물식 74일째이다. 갑자기 어젯밤부터 눈에 이물감이 생겼다. 눈의 이물감은 자연식물식 초기부터 잡혔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나타났다.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눈이 개운하지는 않다. 최근 들어 이것저것 좀 먹기 시작한 게 문제인지, 한참 동안 산책을 거의 하지 못한 게 문제인지, 아니면, 며칠 전부터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그러면서 면역력이 좀 약해져서 나타난 증상인지 원인은 잘 모르겠다. 오늘 빵과 떡을 먹어서 그런지 몸무게는 약간 늘었지만, 전반적인 컨디션은 좋다. 계속 건강한 자연식물식을 이어가 보면서 눈의 상태를 지켜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