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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Sep 17. 2024

추석의 자연식물식

추석이 예전 같지 않다. 어렸을 때, 추석은 늘 시원하다 못해 쌀쌀한 날씨의 대명절이었다. 사돈에 팔촌까지 다 모일 정도는 아니지만, 할아버지 댁의 방마다 빼곡히 들어찰 정도로 친척들이 수십 명이 모이곤 했다. 이제는 가족 모임도 단출해지고, 날씨는 완전히 여름이어서 시댁에 오가는 길에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다. 많은 수가 아니어도, 가족이 모이면 자연식물식을 평소처럼 하기는 어렵다. 친구 한 명만 만나도 자연식물식에 변형을 가하는데, 명절 음식까지 차려져 있는 추석은 쉽지 않다. 그러니 무엇을 얼마나 먹을지 미리 마음을 정해 두는 편이 좋다.


아침은 집에서 복숭아와 포도로 가볍게 시작했다. 시댁에는 아파트 자체적으로 규모가 큰 식당이 있어서 비교적 가벼운 식사가 가능하다. 식당 밥을 기대하고 갔는데, 시어머니가 이미 점심을 준비해 두셨다. 갈비에 잡채, 여러 가지 튀긴 음식에 소고기뭇국까지 명절 음식이 커다란 상에 가득 차려져 있다.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하니, 되도록 상추쌈에 채소스틱 위주로 식사를 했다. 하지만 튀김 종류가 너무 맛있어서, 오징어튀김, 새우튀김, 고구마튀김까지 종류대로 먹고, 후식으로 몇 가지 종류의 과일과 떡까지 먹었다. 저녁에는 식당에 갔는데 메인 메뉴가 소불고기였다. 다행히 곁들이는 반찬이 애호박된장국, 겉절이, 메밀묵, 배추김치로 자연식물식에 알맞은 음식이었다. 소불고기는 함께 끓여져 나온 채소만 건져 먹었고, 곁들임 반찬을 메인 반찬 삼아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이것저것 먹었지만 과식을 하지 않고, 가능한 한 자연식물식 위주로 먹었더니 치팅데이 때처럼 불편한 느낌은 없다.


자연식물식을 엄격하게 하면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편함이 많아서 유연하게 유지하고 있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도 피치 못할 날에는 치팅데이도 갖고, 오늘처럼 모임이 있는 날에는 자연식물식 이외의 음식을 과하지 않은 정도로 추가하고 있다. 과하게 아무 음식이나 먹으면 탈이 나서 며칠 동안 속이 더부룩해서 고생을 하곤 한다. 오늘은 추석이었지만 과식은 안 했고, 소화도 잘 된 편이다. 다만, 왕복 서 너 시간 동안 이동하는 차 속에 꼼짝 못 하고 앉아 있었고, 시댁에서도 거의 앉아서 티브이를 보며 먹고 놀다 보니 몸의 움직임이 너무 적었다. 저녁에 귀가하자마자 딥스트레칭이 되는 요가 영상을 보면서 따라 했지만 몸이 완전히 유연하게 풀린 느낌은 아니다. 몸무게는 어제와 비슷하다.



*표지 사진 : UnsplashLee Myung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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