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채소 반찬, 물김치

by 소미소리

물김치를 좋아했었나? 아니다, 그럴 리라 없다. 이전에는 물김치는커녕 어떠한 김치도 잘 먹지 않았다. 그러다가 자연식물식(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이요법을 하는 것)을 하면서 김치를 담그고, 김치에 물 한 바가지만 넣으면 된다는 물김치도 담가 보았다. 처음으로 담근 물김치가 맛있어서 재료를 바꿔가면서 물김치가 떨어지기 무섭게 새로 담그고 있다.


물김치는 기다림의 김치이다. 다른 김치는 만들자마자 간을 보면, 맛을 가늠할 수 있다. 간이 부족하면 바로 멸치액젓이라도 몇 큰 술 넣고, 너무 싱거우면 무라도 잘라서 좀 끼워 놓는 식으로 바로 해결을 할 수 있지만 물김치라면 차원이 다르다. 바로 만들었을 때의 물김치는 거지반 맛이 없다. 맹맹하고 맹숭맹숭하고 미지근하니 맛이 있을 수가 없다.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숙성이 되어야 비로소 물김치의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 물김치를 담가서 냉장고에 재워 두고 자는 날 밤은 기대반 걱정반이다. 다음 날 아침, 댓바람부터 냉장고에서 물김치를 꺼내어 한 대접 맛을 보면 또 거지반 맛이 좋다. 숙성이 되고 채소와 국물이 어우러지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그리고 혹여나 싱거우면 소금이나 멸치액젓을 추가하면 되니 괜찮다.


양배추는 특별히 맛있는 식재료가 아닌데, 이상하게도 물김치를 담그면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참 좋다. 양배추가 익으면서 향미가 좋아져서, 물김치에 딱 좋다. 물김치를 담글 때에는 양배추와 오이만 넉넉히 있으면 반은 성공이다. 양배추의 알싸한 맛과 오이의 달큰한 싱그러움이 잘 어울린다. 양배추 한 통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소금 서너 큰 술에 절이고, 양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오이 서너 개도 한 입 크기로 자라서 소금 두어 큰 술에 절인다. 그리고 향신채소로 양파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두면 주재료 준비는 다 되었다. 양념은 찬밥, 소금, 고춧가루, 설탕, 식초, 매실청을 2:1:1:1:1:1의 비율로 섞고, 물을 추가하여 핸디믹서로 갈아 둔다(맑은 물김치를 만들 때에는 고춧가루만 빼면 된다). 물김치를 담글 통에 절여진 양배추와 오이를 헹구어서 담고, 양파와 양념도 넣고, 통의 가득 물을 부어주면 완성이다. 주재료는 오이 대신 사과나 당근, 열무 등 집에 있는 채소나 과일을 사용해도 된다.

물김치의 진짜 맛은 냉장고에서 쉬는 동안 이루어진다. 내 손으로 만들어 넣어둔 물김치여도 다음 날 어떤 향미로 나타날지는 물김치에게 맡겨 두어야 한다. 내가 자는 동안에 시원해지고 잘 숙성된 물김치는 훌륭한 자연식물식 음식으로 반찬으로든 간식으로든 야식으로든 먹기 좋은 음식이 된다. 집에 양배추만 있다면, 냉장고 속의 채소를 이것저것 꺼내어 물김치를 만들어 보시라. 냉장고에 삼삼하게 담가 둔 물김치만 있다면 자연식물식 반찬도 걱정 없다. 아침저녁으로 꺼내어 먹는 물김치 한 대접으로 샐러드를 대신할 만하다. 한 번 담가보면, 쉽게 만드는 건강한 반찬인 물김치를 계속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