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2개가 며칠째 냉장고에 굴러 다니고 있다. 가지볶음을 차일피일 미루는 김에 하루 더 미룰까 잠깐 고민하다가 가지를 꺼냈다.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뚝딱 만들 수 있는 가지볶음이다. 가지를 씻어서 길게 반을 가르고 반달모양으로 자르는데 향긋한 냄새가 올라온다. 단단하고 아주 신선하다. 냉장고에 며칠이나 방치한 게 미안할 정도로 아직까지 잘 보관이 되어 있다. 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가지만 넣어 볶다가 대파 반 뿌리를 잘라서 같이 볶았다. 가지가 어느 정도 숨이 죽으면 소금을 반 작은 술 섞어주면 완성이다. 다 된 가지볶음은 먹기 직전에 생들기름을 조금 곁들여 먹으면 더 맛이 좋다. 기름 없이 가지를 볶으면 훌륭한 자연식물식 반찬이 된다.
어쩌다 보니 등산할 시간을 놓쳐서 오후 늦게 산책을 나갔다. 늘 다니던 등산로를 빠르게 두어 시간 걸으니 땀과 열이 나면서 개운하다. 마치 사우나에 가서 제대로 땀을 뺐을 때처럼 개운한데, 운동으로 땀을 빼면 그 보다 훨씬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다음 일정이 있어서 산을 매우 빠르게 올랐다가 내려왔다. 늘 느리게 조심조심히 다녔는데, 오늘은 속도에 신경을 썼다. 길이 익숙해져서 그런지, 마음이 바빠서 그랬는지, 평소에 엄청 느리게 내려오던 길도 오늘은 상당히 빠르게, 그러면서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다. 갑자기 등산하는 실력이 확 늘어난 느낌이다. 거북이처럼 엉거주춤 내려오던 길도 오늘은 남들처럼 꽤 자신 있고 빠르게 내려왔으니 시간 부족이 등산 실력을 갑자기 올려 준 셈이다. 경치는 여느 때처럼 좋았지만, 흘깃흘깃 보면서 급히 내려왔다. 경치를 만끽하지 못하고 눈에 사진으로 찍듯이 담고 내려왔다. 자연식물식 104일째다. 몸무게는 다시 약간 줄었고 피부도 거의 회복되었다. 다른 컨디션도 모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