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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Nov 23. 2024

쉽게 만드는 몇 가지의 손님맞이 밑반찬

김장철이다. 10월이 다 지나고 11월이 와도 날씨가 따뜻하기만 해서, 과연 겨울이 오기는 오는 건가 싶더니 제법 쌀쌀해졌고, 김장할 시기가 다가왔다. 김치를 이것저것 조금씩 담가 먹기는 하지만, 아직 김장을 주도해서 담가본 적은 없고, 이번에도 시댁에서 김장을 해서 가지고 오셨다. 시부모님이 직접 배추며, 무를 농사지어서 김장을 하셔서, 배추김치, 백김치에 깍두기까지 넉넉히 하셨다. 농사지은 배추 세 포기, 무 두 개에 고구마도 가지고 오셨다. 냉장고에 이미 알배기 배추가 두 포기, 무가 반 개 있었는데, 이제는 채소 부자가 되어버렸다. 농사지어 오신 배추와 무는 신문지에 싸서 베란다에 두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고 하니, 일단 베란다에 두었다. 배추와 무가 많으니 이제는 굳이 양배추를 살 게 아니라, 배추로 물김치를 시도해 보아야겠다.


담가 오신 김장 김치가 아주 맛있다. 가져오신 김장김치와 몇 가지 장아찌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지만, 소고기미역국에 닭볶음탕, 고등어구이, 양파주키니호박 볶음, 멸치볶음을 추가로 했다. 이 중에서 자연식물식 반찬은 양파주키니호박 볶음이다. 아주 큰 양파 반 개를 길쭉하게 자르고, 주키니 호박의 반을 가른 뒤에 반달모양으로 잘라서 볶았다. 기름 없는 팬에 볶아도 채소에서 수분이 나오니 타지 않는다. 잘 볶아지면, 소금 반 작은 술, 후추 약간, 참기름 약간을 넣고 섞으면 완성이다. 접시에 담고 참깨를 뿌렸다. 기름을 처음부터 넣고 들들 볶을 필요 없이, 다 되고 나서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조금만 넣으면 향이 좋다. 끝까지 기름 없이 만들어도 좋지만, 여럿이 함께 먹을 음식이니 맛과 향을 내는 용도로 기름을 조금 넣었다.



자연식물식은 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이요법이지만, 유연하게 실행하면서부터는 멸치볶음 정도는 조금씩 먹고 있다. 엄격하게 실행할 때에는 해산물도 먹지 않았지만, 지금은 (육고기는 거의 삼가지만) 해산물은 과도하지 않은 정도로 먹고 있다. 냉동실에 잔멸치만 있으면 멸치볶음은 금방 만들 수 있다. 기름 없는 팬에 잔멸치를 볶다가, 멸치가 뜨끈하게 볶아지면 기름을 넣고 한 번 더 볶는다. 불을 아주 약하게 줄이거나 끄고 견과류(볶은 땅콩을 넣었다)와 (마스코바도) 설탕, 올리고당(조청이나 물엿, 꿀을 넣어도 된다), 깨를 넣고 잘 섞으면 완성이다. 멸치 250그램에 설탕과 올리고당을 각각 두 큰 술씩 넣었다. 멸치볶음은 만들기가 아주 쉽지만, 한 번 만들어 두면 일주일 이상 밑반찬 역할을 톡톡히 할 뿐 아니라, 어떤 상에 올려도 구색이 맞다.



아무리 자연식물식이 좋다지만, 손님맞이 반찬에 고기가 빠지면 서운하다. 손님도 채식주의자라면 상관없지만, 고기를 포함한 일반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채소 반찬만 줄줄이 내밀면 젓가락이 오갈 데 없어질 수가 있다. 갑자기 손님을 맞을 때에는 닭볶음탕만큼 쉽고 실패 없는 반찬도 별로 없다. 깊은 팬이나 냄비에 토막 닭 한 마리를 데친 다음 깨끗이 씻고, 새로 물을 자박하게 받아서 끓이면서 양념을 한다. 양념은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간장이면 족하다. 다진 마늘과 올리고당을 넣어도 좋다. 감자 두어 개와 새송이버섯 한 개를 큼지막하게 잘라서 넣고, 양파 한 개를 잘게 잘라서 넣는다. 양념이 고루 배고 닭과 감자가 푹 익으면 완성이다. 간을 보고 부족하면, 소금이나 고추장을 더 넣고, 마지막에 대파 한 뿌리 잘라서 넣으면 된다. 손님상에 내갈 때는 위에 통깨도 톡톡 뿌려준다.


고깃국도 끓이려면, 그저 푹푹 끓이면 맛이 나는 소고기 미역국이 만만하다. 양지를 삶아서 국물을 내고, 불린 미역을 잘라서 넣고 오랫동안 끓이면 된다. 간은 멸치액젓으로 했다. 파, 마늘이나 다른 양념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도 소고기와 미역만으로 충분히 감칠맛이 난다. 간이 부족하면 소금을 조금 더 넣는다. 미역국은 한 번에 많이 끓여서 손님이 갈 때, 선물로 좀 싸주어도 좋고, 그래도 남으면 통에 담아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반찬 하기 귀찮은 날이나, 갑자기 뜨끈한 국이 당길 때, 해동해서 데워먹으면 된다. 미역국을 연거푸 서너 끼 먹으면 결국 맛이 점점 떨어지다가 버리기 좋지만, 냉동해 두었다가 몇 주 뒤에 먹으면 또 새롭다.


미역국의 소고기를 제외한 부분을 먹고, 닭볶음탕의 감자와 버섯만 건져 먹었다. 자연식물식을 유연하게 하고 있으니 일부러 고기를 피하지는 않지만, 육고기는 아직 당기지도 않을뿐더러 자연식물식이 훨씬 더 건강한 음식이라는 확신이 있으니, 굳이 손이 가지 않는다. 고등어구이와, 멸치볶음은 조금씩 맛있게 먹었다. 이번 김장김치가 삼삼하고 맛있어서 김치냉장고에 쟁여 두니 든든하다. 넉넉히 있는 무와 배추는 물김치를 만들고 된장국도 끓이고, 나물도 만들어 먹어야겠다. 자연식물식 137일째다. 간식으로 여러 가지 과일과 모닝빵에 크림치즈와 버터를 약간 곁들였다. 밀가루 음식이나 유제품은 자연식물식 음식과는 거리가 매우 멀지만, 워낙 좋아하던 음식이고 여전히 맛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과하지 않은 정도로)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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