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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꼴리 아침과 코로나 오징어게임

도대체 누가 코로나에 걸린 걸까?

by 소미소리

아침에 눈을 뜨니 멜랑꼴리하다. 몸이 무겁다. 팔다리가 무거운 것이 심한 몸살감기라도 올 것 같다. 어제는 주말이었고, 오늘은 상큼하게 시작하는 월요일인데, 왜 이럴까? 창 밖을 내다보니 비가 오다 말았는지, 어둡다. 창에 가까이 다가가니 밖이 온통 어둡다. 우산을 쓴 사람들을 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모양이다.


아침에 등교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아침을 차려주고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뭘 좀 먹고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니 집에 나 혼자이다. 몸이 찌뿌드드해서, 집에 있으면 내내 잠만 잘 태세다. 재빨리 준비를 마치고 산책을 나섰다.


주말에 쉬기는 커녕 전전긍긍했다. 전전긍긍해봤자, 얼핏얼핏 걱정하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긴장도가 높았는가 보다. 월요일부터 몸살이라니…. 주말, 경조사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연이어 다른 모임에 갔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아이 학원 선생님이 확진이 되어 당분간 학원을 쉰다고한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인데, 아이가 두통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아이도 사람이 많은 곳에 있던 참이었다. 오랜만에 보낸 캠프에서 아이가 머리가 아프다니 난감하다. 급하게 자가진단 키트 검사를 시켰더니, 흐리게 한 줄이 더 보인다. 그때부터 내 머리도 아프기 시작했다. 아이는 아빠와 pcr검사를 보냈다. 그러고 보니, 걱정이 태산이다.


Photo by Jhunelle Francis Sardido on Unsplash

오늘 만난 사람들을 어쩔까? 혹시라도 아이가 확진이면, 오늘 만난 사람들에게 다 자가키트를 하라고 연락을 해야 할까? 머리가 지끈거린다. pcr검사를 다녀온 아이는 신이 났다. 마침 개학을 하고 학교에 가기 싫던 아이는 코로나면 일주일을 쉴 수 있으니 좋아한다. 좋아서 활개를 치는 아이를 보니, 코로나 증상이 저런지 싶다. 코로나가 아닐 수도 있다는 희망이 조금, 그렇지만 아이는 pcr검사를 하고부터는 자기가 아예 확진자인 것으로 간주해버렸다. 머리가 아파진 나도 마스크를 끼고, 남편도 아이와 접촉을 했으니 마스크를 끼고, 각각 다른 공간에 분리되어 생활했다. 머리는 아픈 채로 식구들 밥을 개인마다 차리니 진짜 죽을 맛이다. 뭐든 네 개로 나누어 상을 놓고, 각각 자기 방으로 음식을 가지고 들어가 먹게 했다. 이건 누가 코로나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니, 오징어게임도 이런 오징어게임이 없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모두가 떨어져 있는 걸로 정했다. 잠을 잘 때에도 모두가 흩어져서 집의 가장 끝자리마다 이불을 펴고 잤다.


다음날, 양성일 걸로 걱정했던 아이가 음성이라고 결과가 나왔다. 그때부터 모두가 마스크를 벗었다. 따로 차리고 있던 아침도 다시 식탁에 모았다. ‘휴~~~~~ 가족이 코로나에 걸리면 주부가 죽겠구나.’ 다시 음식을 한 곳에 차릴 수 있으니 다행이다. 기쁨을 만끽하며 식사를 하는데, 그 날은 작은 아이의 생일이다. 점심은 외식을 하려다 취소했으나, 큰 아이가 음성이니, 취소할 이유는 없어졌다. 그런데, 마음을 고쳐 먹었다. 지금 같은 시기, 아이들이 개학한지 얼마 안된 시기에, 본인이 코로나에 걸린 지 모르는 (선량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돌아다니고 있을까? 어제의 나처럼…. 그들은 집에 돌아와서 하루 종일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얼마나 머리를 쥐어 뜯고 있을까? 외식을 취소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것으로 갈음했다.


그런데 두통이 완전히 가시지를 않는다. 아이 음성 결과를 보고 잠깐 머리가 시원하더니 다시 머리가 아프다. 이거, 내가 코로나에 걸린 건가? 자가진단키트를 꺼냈다. 검사를 하고 한참을 두었다. 때로는 30분이나 한 시간이 지나서야 선이 뚜렷해지는 경우도 있으니 한 두 시간 놓아두고 봤다. 깨끗한 한 줄이다. 난 코로나가 아니다. 다시 오징어 게임. 어제 컨디션이 좋지 않던 남편에게도 자가진단키트를 내밀었다. 아이도 나도 코로나가 아니니, 본인이 절대 코로나일 리가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남편에게 진단키트를 강권했다. 그런데, 이게 또 웬일인지, 남편 키트에 흐리게 두 줄이 나왔다. 조금 지나자 다시 한 줄이 되고, 또 흐리게 두 줄이 되기도 했다. 이건 무슨 조화인지? 남편이 pcr검사를 하러 나가고 또 각자도생이 되었다. 모두 다시 마스크를 끼고 분리되어 있는 걸로….


pcr검사를 마친 남편이 돌아왔다. 반나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해 보이던 남편이 확진자로 보인다. 남편 방의 문을 닫아주고, 남편에게 음식을 줄 때에만 방문을 열었다. 또 다시 전전긍긍이다. 다시 두통이 시작되었다. 작은 아이 생일인데,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배달음식만 기름지게 시켜 먹고, 모두가 집에 있다 보니 점점 예민해진다. 그래도 코로나에 서로 옮지 않는 것이 중요하니까, 마음은 가족들이 서로 접촉하지 않게 하느라 분주하다.


우리집은 이미 코로나가 한 번 돌았었다. 그게 거의 5개월쯤 전의 일인데, 다시 온 식구가 코로나에 걸리는 일은 없기를 바랐다. 가족 중에 한 명이 코로나에 걸리면 어차피 온 가족이 다 걸릴 거라는 사람도 있고, 어차피 걸릴 거면 가족들이 동시에 앓고 지나는 것이 편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주변에 보면, 가족들끼리 접촉을 최소화해서 식구들끼리 옮기지 않고 지나가는 집도 보았다. 코로나가 두 번째 올 거라면, 모두 걸리지는 말자는 마음이 가득했다. 코로나에 걸려보니 그 괴로움이 가족과 공유할만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게다가 한 번 걸렸다고 영원히 면역이 생겨서 자유로운 병도 아니다. 이건 감기처럼 바이러스가 변이하기 때문에 한 번 걸려도 또 걸릴 수 있다. 걸릴 때마다 괴로움을 겪느니, 조심하고 접촉을 줄여서 걸리지 않고 지나는 것이 낫다.


오늘 아침, 남편의 검사 결과가 왔다. 음성이다. 다행이다. 주말에 남편을 방에 모셔 두고 전전긍긍 고생한 생각, 아이의 생일인데, 근사하게 보내지 못했다는 생각은 다 흐릿해지고, 그저 남편이 음성이어서 다행이다.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도 이제 못 믿겠다는 생각과 함께, 어쨌든 남편은 음성이니 오징어게임에서 넘어갔다.


가족들을 다 학교와 직장으로 보낸 월요일 아침, 나에게 두통과 미열이 있다. 어제 검사했을 때, 분명하고 깨끗한 한 줄이었는데…. 혹시, 내가? 다시 오징어게임이 시작되는 건가?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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