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두 번째 탈스테로이드
본래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아토피가 심해졌다. 그러고 보면 상당히 오랜 기간 아토피가 있는 체질인 것을 무시하고 지내며 먹고 싶은 것, 마시고 싶은 것, 흐트러진 생체 리듬 등을 용인하며 지냈다.
아이를 임신하기 전에 탈스테로이드(쓰고 있던 스테로이드 성분의 연고나 복용약을 끊고 찾아오는 리바운딩 현상을 견디고 이겨내는 것)를 한 번 경험했다. 임신과 모유수유 기간에 스테로이드를 바르면 안 될 것 같은 엄마의 마음이었다. ‘스테로이드를 임신기간이나 수유기간에 쓰면 된다, 안된다’에 대해서 정확히 찾아본 지식은 없다. 다만, 임신 기간 중에는 감기약 한 알도 먹지 않고 지냈기에 스테로이드는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힘든 기간이 몇 년을 지속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정말 죽을 만큼 괴롭고 힘들었는데 벌써 10년이 훌쩍 지난 일이고 보니 그때의 고통이 완전히 실감되지는 않는다. 다만, 내 평생에 가장 힘든 기간을 육아와 병행하느라 지독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쯤은 전혀 잊히지 않는다. 아이에게 해가 가지 않는다는 한약치료를 병행했는데, 한약이 아토피 체질을 낫게 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고통스러운 터널과 같은 시간에 마음 둘 곳이 필요했고 그곳이 한의원이었다. 한약과 한방치료에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갔지만 그런 것을 계산하기에는 몸이 너무 만신창이였으니, 받으라는 치료를 다 받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토피는 많이 호전이 되었고, 두 살 터울의 둘째를 낳았을 때에는 탈스테로이드를 이어가면서도 한의원 치료를 끊을 정도로 치료가 되었었다. 먹는 것, 마시는 것을 극도로 조심했었다. 당연히 술은 끊었고, 알코올이 마시고 싶으면 발효 효소에 물을 타 마시는 것 정도만 아주 가끔 했다. 밥은 흑미밥을 먹고 효과가 있었다. 흑미에 가려움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체질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흑미를 먹으면서 피부가 점차 진정이 되었다. 사실 아토피 피부는 며칠만 안 긁고 쾌적한 환경에서 잘 쉬고 잘 자면 금세 나을 수 있다. 하룻밤만 푹 잘 자고 일어나도 다음날이면 피부가 꽤 회복이 된다. 문제는 자꾸만 상처에 손이 가고, 긁고 건드리고 이것저것 바르고 밤에 자면서 피부를 다 긁어서 헤쳐 놓는 것이다. 흑미밥을 먹는 것이 내게는 별로 힘든 일이 아니었다. 색이 정말 까만 밥이 되니, 색 때문에 절대 못 먹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100% 흑미밥을 한다고 맛이 엄청 나쁘지는 않다. 맛있다고 생각하면 먹을만하다. 남편과 아이들 밥은 백미를 하고 옆에 흑미를 두어서 밥을 짓고, 흑미 부분만 먹던 때가 있었다.
몇 년 동안 흑미밥을 잊고 살다가 어제 다시 흑미를 주문했다. 몇 년 동안 아토피가 생활을 망칠 정도가 아닌 시간을 보냈고, 나는 아토피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인스턴트식품, 배달 음식, 피자, 치킨, 라면, 중국음식, 조미료가 들어간 외식, 그리고 매일 두 세 잔씩 마시는 커피 등을 달고 살았던 것이다. 물이 별로 마시고 싶지 않아서 계속 커피를 마시고, 한창 잘 먹는 나이의 아이들이 외식을 하자고 하면, 나도 별생각 없이 같이 먹곤 했다. 밤에는 아이들 학원 시간이 늦기도 하거니와 잘 시간을 놓치고 나면 잠이 훅 달아나니, 늦게까지 핸드폰을 보느라 더 늦게 자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먹고 마시고 잘 못 자도 한번 회복된 피부는 그만하면 잘 버텨 주었다.
그러다가 다시 탈스테로이드를 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작년 여름부터 피부 트러블이 조금씩 일어나고, 없었던 눈 결막염이 생겨서 피부과에서 주는 스테로이드를 바르고 안과에서 주는 안약과 항히스타민을 몇 달 동안 복용했다. 그러다 올 것이 왔다. 결막염이 너무 오래간다고 안약에서 처방해 준 생항생제를 먹고는 피부가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 두드러기와 발진이 심하게 올라왔다. 내 몸이 건강했다면, 생항생제든 항생제든 받았겠지만, 조금씩 피부트러블이 올라오던 피부는 항생제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약을 처방해 준 병원에 전화를 하니, 먹던 약을 중단하라 해서 그만 먹었지만, 그 뒤에 처방받은 다른 약도 몸이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스테로이드를 듬뿍 바르면 며칠 만에도 다시 뽀얀 피부로 돌아가겠지만, 피부 겉에 일어난 문제만 억지로 덮어 두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테로이드 사용을 최소화하고 나니 피부가 회복되는 시간이 더디다. 사실 완전히 낫고 건강한 피부가 되는데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시 두 번째 탈스테로이드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몸이 먼저 계속 신호를 보내는 것은 내 몸이 나쁜 것은 멀리하고, 좋은 것은 가까이하라는 신호이다. 일단 커피를 끊고 차를 마시고 있다. 약을 멀리하고 좋은 음식을 가까이하려고, 흑미와 감초를 주문했다. 과자와 빵은 멀리하고 쌀로 만든 과자와 채소를 조금 더 먹고 있다. 과식을 줄이고 조금 덜 먹고 있다. 이런 시간이 얼마나 흘러야 몸에서 효과가 나타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 시도할 수 있을 때 시도해 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첫 번째 탈스테로이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번 탈스테로이드는 내 몸을 위한 디톡스이다. 힘들까 봐 겁이 안 나는 것은 아니고 100% 성공한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것은 아니지만, 그저 기본으로, 좋은 것은 가까이 나쁜 것은 멀리하는 생활을 하며 기록하려 한다.
표지 사진: Unsplash의 Anna Pelz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