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건강을 위한 디톡스
알 수 없는 이유로 심하게 도져 버린 아토피가 쉽게 낫질 않고 있다. 스테로이드에 한 번 호되게 데인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관리만으로 아토피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내가 아토피를 다스리는 건지, 아토피가 나를 다스리는 건지 알 수 없던 차에 체질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체질식도 디톡스의 일종인 다이어트식이다. 다만, 한의원에서 체질을 확인하고, 몸에 맞는 음식으로 식사를 제한하는 방법이다.
아쉽게도 나는 평소 무지하게 좋아하던 밀가루 음식과, 모든 종류의 육지 고기, 그리고 카페인이 몸에 맞지 않는 체질로 나왔다. 바꿔 생각하면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편애하며, 고기 밥상이나 빵 또는 케이크와 함께 마시는 카페라테를 수십 년간 무진장 먹어댄 것이고, 그런 음식이 내 몸을 조금씩 축내게 했다는 설명이 맞을 것이다. 만성피로를 달고 살면서 원인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애를 썼었다. 어떻게 해도 뚜렷한 원인도 없이 늘 피곤하고 잠을 많이 자는 것이 내 체질이려니 했던 시간이었다. 아토피가 도지지 않았다면 몸에 맞는 음식을 찾을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고, 그저 입에 맞는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며 질주했을 거다.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쉽게 몸무게가 줄지 않았지만 입에 맞는 음식을 끊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먹는 양만 조절할 것이 틀림없다.
고난을 가장한 축복이 찾아온 거다. 그건 바로 아토피, 아토피가 있는 사람은 4상의학에서는 태양인, 8체질의학에서는 금양체질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거의가 그렇다고는 하지만, 한의원에서 진맥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여러 가지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살펴보며 내가 어떤 체질일지 가늠은 했지만, 정확도를 기하기 위하여 가까운 8체질한의원에 찾아갔다. 세 번 정도 방문해서 체질침을 맞고 나면 체질을 알 수 있는데, 예상대로 나는 금양체질에 속한다. 금양체질은 체질식을 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서 내가 그동안 좋아하던 음식을 모두 솎아내고 완전히 새로운 밥상을 차려야 했다. 물론 가끔은 아메리카노도 마시고 유기농 빵을 찾아서 먹거나 유제품도 먹지만, 주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첫 번째 너무 신기한 반응은 밤에 잠을 6시간만 자도 피로가 풀리는 것이다. 이거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수십 년을 만성피로에 절어서 살던 사람이 고작 6시간을 자고도 눈이 번쩍 뜨이는 기적 같은 일이라니…
물론 아토피가 순식간에 좋아지지는 않고 있다. 한 번 손상된 피부는 회복되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대신 한 번 회복되고 나면 쉽게 손상되지도 않는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으니 지금의 시간이 체질식을 만나게 해 준 고마운 시간이라고 생각하려고 애쓰고 있다. 살다 보면, 절대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곳에 입성해 있는 경우가 있다. 먹는 것에 연연하고, 먹는 것의 즐거움을 누리며 살던 나는, 다이어트에 실패하더라도 입에 맛있는 음식은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니, 당연히 채식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는데, 체질식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채식을 하고 있다.
고기를 입에 대지 못한다거나 밀가루 음식을 싫어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내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으니, 고기보다는 생선, 밀가루 음식보다는 잡곡으로 만든 음식을 찾게 된다. 아토피가 완치되고 나면, 디톡스를 끝낼 때라고 생각하고 다시 잡식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내 체질에 맞는 음식을 계속 먹으며 살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10년 전에 아토피를 이겨낼 때는 우연히 미국에 가게 되었고, 미국 동북부에서 살면서 자연스럽게 나은 거여서, 그곳의 깨끗하고 시원한 환경이 나에게 맞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니 이번에 아토피가 도졌을 때, 내가 있는 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고 그저 디톡스를 시행하던 참이었는데, 이번에는 운 좋게 체질식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체질식이 자신에게 잘 적용된 건지 확인해 보려면, 한의원에서 확인한 체질식을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해보면 된다. 체질식을 하면서 몸에 좋은 변화가 있다면, 잘 맞는 거고,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체질과 다른 음식을 계속 먹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체질식을 계속 경험해 보고, 더 많은 효과가 나타난다면 체질식 전도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 표지 사진: Unsplash의 Brooke L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