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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Dec 15. 2023

10분 만에 만드는 수제 마늘빵

먹고사는 일상

겉바속촉이 잘 어울리는 음식은 토스트다. 뜨끈하게 구워 낸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 겉은 파삭 거리며 부스러지고 속은 쫄깃한 빵의 식감이 남아 있으면 제대로 구워진 거다. 버터로 구우면 향미가 배가되고, 아침 식사 대용으로는 소화에 부담되지 않는 쌀식빵을 올리브유로 구우면 좋다. 어지간해서는 토스트 굽기에 실패하는 법이 없어서, 아침에 가장 큰 프라이팬을 꺼내고 한 가득을 구워도 금세 동이 나는데, 이틀 연속 구워 낸 토스트가 남았다. 시험 기간을 맞은 큰 아이도, 바쁜 남편도, 원래 아침을 잘 먹지 않는 작은 아이까지 거치고도 토스트가 몇 장 남았는데, 요즘 디톡스를 하는 나는 빵을 끊었으니, 남은 빵은 냉장고 행이다. 다음 날은 담백한 빵을 원하는 큰 아이의 구미에 맞추어 기름기를 첨가하지 않고 쌀식빵만 구웠는데, 빵에서 생선 비린내가 난다고 아무도 토스트를 먹지 않는다. 전날 저녁으로 프라이팬에 고등어구이를 했는데 고등어 냄새가 프라이팬에 제대로 배었나 보다.  나도 빵을 먹지 않으니 토스트는 몽땅 냉장고 신세다.


냉장고에 넣어둔 토스트와 생선 냄새가 밴 토스트가 한 봉지가 생겨 버렸다. 이 빵은 분명히 냉장고에서 며칠을 묵다가 음식물 쓰레기가 될 게 뻔하다. 아니면 생선 냄새를 가릴 만한 뭔가가 필요하다. 맛이 강한 수프를 끓이고 크루통으로 사용해도 되지만, 맛이 있을 보장도 없는 데다가 들어가는 수고가 너무 크다. 그래서 마늘빵을 만들기로 했다.


먼저 버터를 상온에 (두어 시간) 꺼내어 두고, 냉동 다진 마늘도 상온에 30분 이상 둔다. 냉장고 구석에 있던 남은 빵을 꺼낸다. 부드럽게 녹은 버터에 녹은 다진 마늘, 그리고 설탕(각각 두 큰 술 정도면 프라이팬 가득 마늘빵을 구울 수 있다)을 잘 섞어서 빵에 발라 에어프라이어에 구우려고 했으나, 우리 집 에어프라이어는 너무 작아서 이 빵을 다 소화시킬 수 없다. 그러면 몇 번이나 반복해서 구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많은 시간을 뺏긴다. 남은 빵을 살리려는 것이야 좋지만, 한 시간이나 에어프라이어 앞에 서 있을 생각은 없다. 그래서 다시 프라이팬을 꺼냈다. 프라이팬에 약한 불로 한참 굽는다면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것과 바를 바 없을 것 같다. 게다가 프라이팬이 크니, 남은 빵을 한 번에 구워낼 수 있다.

녹지 않은 버터와 다진 마늘, 마스코바도 설탕을 팬에 녹이는 과정이다


프라이팬에 예열을 하고, 잘 섞은 양념을 빵에 바르려고 했다. 그런데 부드럽게 녹았을 거라고 생각한 버터가 충분히 말캉하지 않다. 날이 추우니 버터가 녹았다고 해도 부드럽게 발릴 정도가 아니다. 그래서 대충 섞인 세 가지 양념을 한 번에 프라이팬에 넣고 빵을 빠른 속도로 뒤집어 가며 구웠다. 2-3분 정도 양념이 충분히 배도록 뒤집어 가면서 구운 뒤에는 불을 끄고 프라이팬의 여열만으로 빵의 수분을 날리듯이 구웠다.


생선 냄새 밴 빵이 마늘빵으로 변신했다


마늘빵을 프라이팬에 구우니 버터에 구워진 마늘 냄새가 집안에 진동을 한다. 설탕이 좀 검게 그을렸지만 탄맛은 거의 없고, 식감이 아주 좋다. 이거면 오늘 아이들 간식으로 훌륭하다 싶었는데, 너무 맛이 좋았던 탓에 마늘빵은 금세 동이 났다. 그리하여 오늘은 마늘빵만 프라이팬 가득 세 번이나 구웠고, 그리하여 나는 마늘빵 굽기 선수가 된 것 같다.


두 번째 구운 마늘빵


버리지 않으면 버릴 음식이 하나도 없다. 생선 냄새가 지독하게 밴 굳어 빠진 빵이 이렇게 바삭하고 촉촉하면서 달콤한 향미가 좋은 마늘빵이 될 줄이야… 그 냄새가 얼마나 좋던지 빵을 멀리하고 디톡스를 하던 나도 한 개를 꺼내어 맛을 보았다. 입에 착 감기는 바로 이 맛이다! 빵순이가 오랜만에 맛있는 빵을 제대로 한 개 먹었다. 좋은 재료의 맛과 식감을 그대로 살린 담백한 음식도 좋지만, 이왕지사 양념을 강하게 할 때에는 허드레로 있던 식재료를 더 맛있는 음식으로 살리는 재미를 함께 누리는 것도 좋다. 닭요리 중에 가장 인기가 있는 후라이드 치킨이 사실은 볼품 없는 닭고기 남은 것을 기름에 튀겨 먹기 시작한 흑인의 설움이 섞인 음식이 아니었던가? 가장 맛없는 음식이 때로는 가장 맛깔난 음식으로 바뀌기도 하는 일이, 어찌 보면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지금 나쁜 것이 끝까지 나쁘리라는 보장은 없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좋은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 바로 오늘의 마늘빵처럼….



* 표지 사진: Unsplash의 Anna Monina Raf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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