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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Jun 14. 2023

아빠가 어디에라도 살아 있었으면

아빠 아빠 아빠, 이제 드디어 아빠가 생겼습니다. 

아빠 대신 삼촌 

2018. 4. 8. 21:09


오늘 따라 아이가 계속 자신의 놀이에 나를 참여시켰다. “엄마 목마 태워 주세요” “엄마 비행기 태워 주세요” 등등의 고도의 육체적인 힘을 요하는 놀이에서부터, “엄마 내가 요리 만들어 줄게요.” “엄마 내가 진찰해 줄게요.” 하는 소꿉장난까지.


아이들은 꼭 넓은 공간 놔두고, 작은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좋아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게도 늘 그들의 아지트가 있다. 우리 집 거실의 쇼파 뒤쪽 공간. 베란다를 확장한 곳이라 겨울에는 거실 안쪽보다 꽤 쌀쌀한데도 꼭 그 곳에 가서 논다. 오늘도 봄이지만 날이 꽤 쌀쌀해서 차가운데도 아이는 그 곳으로 나를 불렀다. “엄마 어서 오세요. 엄마 어서 오세요.”


첫째가 그렇게 거실 뒤쪽으로 가면 둘째도 언제나 오빠가 있는 곳으로 간다. 늘 그런 패턴이다. 둘째는 자기가 놀던 장난감이 있어도 오빠가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으면 꼭 그것이 탐이 나서 오빠한테 가고, 결국은 자기가 놀고 있던 장난감을 못 만지게 하는 오빠한테 제지 당해서 울면서 엄마한테 오는 것으로 귀결이 난다. 오늘도 첫째가 거실 뒤쪽에서 나를 불렀고, 둘째도 합류했다. 나는 둘째가 가지고 노는 것을 제지하려는 첫째에게 “빈아, 동생이랑 같이 노는 거야. 동생도 같이 놀고 싶잖아. 빈이 동생이니깐 같이 놀자.” 설득해서 같이 놀게 했다.


아이들은 얼마나 빨리 크는지, 둘째는 벌써 말을 거의 다 알아 듣는 것 같다. 다른 때도 그런 것들을 느꼈지만, 아까 소꿉놀이를 하면서도 그랬다. 첫째가, “그럼, 아가 진찰해 볼까요?” 하면 둘째는 옹알이 같은 목소리로 “엥.” 하면서 옷을 들어 자기 배를 보여준다. 신기하지만 정말 그랬다. 그리고 첫째가 입에 충치벌레가 있는 지 본다면서 “아~ 크게 입 벌려 보세요.” 하면  또 “엥~” 하면서 입을 크게 벌린다.


첫째가 “이거 이제 먹어 볼까요?” 해서, 내가 “냠냠. 아고 맛있다. 그럼 이거, 아가도 먹어 볼까요?” 하고 첫째가 요리해 준 장난감 고기, 소세지, 계란 등을 둘째에게 주면 둘째도 입을 벌리고 먹는 척을 한다. 와, 신기할 따름이다. 아이들이 이렇게나 빨리 크는 구나. 하긴 그러고 보면, 돌도 되기 전이네, 어쩌네 했던 둘째는 벌써 며칠 지나면 14개월이 되고, 첫째는 33개월이 된다. 나이로 치면 4살이고, 2살. 4살 첫째가 하는 얘기는 나는 거의 80%까지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고, 둘째도 요즘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아… 아.. 에.. 으..” 갖가지 외계어들을 늘어놓는다. 



그렇게 놀다가, 아까 첫째가 장난감 상자에서 전화기를 찾아서, 뭐라고 뭐라고 통화하길래, 내가 “빈이, 누구랑 통화했어?” 하고 물었다. “샌드위치 케이크 만들어 줄게요.” “네, 어서 갈게요.” 이런 내용의 통화를 하던데, 아이가 통화를 다 마치고 끊고 나서, 나는 얼른 물어보았다. “누구야, 빈아?” 요즘은 할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할아버지 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물었는데, 아이는 뜬금없이 “응, 음.. 아빠!” 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아마 누구랑 통화하는지 정하지 않고 통화하다가, 내가 물어 보니깐 그 대상을 급조한 것 같았는데, 그때 딱 생각나는 게 아빠인 것 같았다. 나는 아이 옆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아, 뭐라고 그랬어?” 하고 물었고, 아이는 “응. 케이크 만들어 줄 거야.” 했다.



“아, 그래? .. 음.. 근데 빈아, 아빠는 멀~~~~리 갔잖아. 그니까 우리 음… 삼촌한테 케이크 만들어 줄까? 어때?” “응. 좋아!”



나는 그러고 또 한참 가만히 아이 앞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침 집에 와 계시는 친정 엄마께 아이들을 맡겨두고 방에 들어왔다. 방에서 노트북을 켜고 이렇게 끄적 대고 있는 지금도 아이가 계속해서 “아빠? 아빠!” 하면서 얘기하는 소리가 간혹 들린다. 아마 아빠한테 전화하고 있겠지? 내가 분명히 아빠 대신 삼촌한테 주라고 말했는데, 아이는 그새 잊어버렸나 보다. 어린이 집이든, 텔레비전 이든 그림책에서든 자꾸 아빠가 등장하니깐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아빠라고 하지 않았나 싶다. 텔레비전이나 그림책에서 코끼리를 배우고, 캥거루를 배우고 사자를 배우는 것처럼, 아빠도 그렇게 배운 것 아닐까, 싶다. 그러니 벌써 몇 달이나 전에 죽어서 아마 기억에도 없을 아빠를 아직도 말하는 것이겠지 싶다.



근데 나는 왜 아이에게 누구랑 통화하느냐고 물어봤을까, 그냥 둘 것을. 그럼 아이도 통화하는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별 생각하지 않았을 텐데. 아이는 분명 아무렇지 않을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갑자기 모든 것들이 다 우울해지는 것 같다. 몇 달 전에 친구랑 이야기 할 때, 내가 “근데, 왜 내 새끼들은 아빠가 없어야 돼? 내 새끼들이 뭐가 부족해서 아빠가 없어야 돼?” 어쩌고 저쩌고 중얼거릴 때. 그 친구는 내게 “꼭, 아빠여야 돼? 삼촌은 안 돼?” 했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웃으면서. 그때 상황은 웃으면서 말하는 상황이었으니까. )



그냥 나는 이제 내 아이들에게, 아빠 대신 삼촌이 있는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걸까? 그래. 뭐, 아빠가 없는 게 아니고, 아빤 그냥 죽은 것뿐이라고 말해줄 수도 있는 거니깐. 그게 그거는 아니지 않을까? 아예 처음부터 없는 것은 아니니깐. 있는데 죽은 거니깐. 뮤지컬 맘마미아에서처럼, 아빠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딸은 그렇게 예쁘게 잘 자라서 결혼도 하는데, 아빠가 누군지 알고, 단지 너무 어릴 때 죽은 것뿐인데. 뭐가 그리 엄청 힘들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내가 당신 같으면, 나는 당분간 아무 생각 안하고 아무 일 안하고 쉴 거 같아.” 하던 분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모든 건, 아이들 보다 내가 문제. 지금도 우리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잘 놀고 있는데, 나만 이런다.



아이들 친정에 맡겨두고 어디 가서 1박이라도 하면서 쉬다 오려고 계획했다가 몇 번을 포기 했는데, 조만간 그냥 한번 정말 용기 내서 어디라도 다녀올까 생각이 든다. 목적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비우기 위해서. 며칠 전 경의선숲길인가, 연남동에 갔더니, 참 일본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가까운 일본이라도 다녀올까,







"아빠, 아빠, 아빠, 아빠... "

2018. 4. 27. ・


애기 둘. 내 애기 둘은 둘이 19개월 차이이다. 둘 다 기저귀를 차고, 둘 다 누가 밥을 먹여줘야 하고 둘 다 옷을 입혀줘야 하고, 둘 다 씻겨줘야 한다. 그리고 둘 다 재워야 한다. 첫째는 이제 기저귀를 뗄 때도 되었는데, 아직 그냥 아이 편하게 해주고 있다. "빈이, 이제 랄라변기에 쉬할까?" "아니. 아니야." 그냥 천천히 하지 뭐, 하는 맘으로.


그리고 첫째는 많이 흘리더라도 혼자서 밥을 먹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아직 그냥 아이가 편하게 해준다. "빈이, 이제 어린이니까, 혼자서 밥 떠서 먹어야지." "아니, 아니야, 엄마가 줘." 그래서 그냥 내가 먹여주고 있다. 그냥 천천히 하지 뭐. 하는 맘으로.


그리고 혹시나 아이도 애기아빠 사망 이후 뭔가 스트레스가 있지 않을까 싶은 맘도 있어서, 너무 스트레스 주기 싫어서 그렇다. 그래서 나는 매일 저녁 아이 둘을 내가 밥을 먹여주는데, 그제는 둘이 같이 먹다가, 둘째가 먼저 다 먹었는지, 칭얼대서 식탁의자에서 먼저 내려주고, 거실에서 놀게 하고, 첫째를 먹이고 있었다. 첫째랑 나랑 마주앉아서, 먹이고 있었는데 아이는 나를 빤히 쳐다 보면서,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띄면서 말했다.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 "

"음.. 빈아, 이제 아빠 멀리 갔다고 했잖아.

왜, 엄마 보고 아빠라고 해? 아빠 보고 싶어?"

"응.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빈아, 아빠 그만 불러."

"아니야. 히. 아빠 . 아빠. 아빠. 아빠."


아이는 장난을 치고 있었다. 나를 보고 엄마라고 안하고 아빠라고 하는 게 재밌었나 보다. 아니면, 그림책 보고도 늘 내가 그냥 넘겨버리려고 해도, "이거 엄마 아빠다, 엄마 아빠다." 하는 앤데. 그래서 한번 아빠라고 불러보고 싶었나,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언제쯤, 아빠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 아니, 나는 언제쯤 이 아이들에게 너희의 아빠는 죽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냥 차라리 이혼이라서 어디라도, 못 봐도, 내 아이에게 아빠라는 존재가 살아있었으면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 아이들이 적어도 애비 없는 애들은 아니었으면. 평생을 그리움으로 아빠란 단어를 한번이라도 입 밖으로 내어 말해보고 싶을, 한 없을 안타까움으로 살아갈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2023.06.14 


이혼하면 부부 사이만 틀어졌을 뿐이지, 애들아빠는 어디에고 살아 있으니까. 

살아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내가 그러면 다들 "아고, 별로 좋지도 않을 아빠 살아 있는 것 보다 오히려 (아빠가 아예 죽어서 없는게) 나을 수 있다"고 몇분이 그랬지만. 

그래도 같은 하늘아래 어딘가라도 살아있기만 한다면 우리 애들이 이렇게나 안타깝지는 않을텐데 생각을 했었다. 


기억이 있는 한 아빠라고 한번도 불러보지 못한 내 애기들. 


지난 6월 3일- 4일 우리는 1박 2일 여행을 가면서 가족 탄생 기념식을 했다. 

남자친구 (삼촌) 을 아빠라고 부르고 싶다고 몇번을 얘기하던 애기들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나름 우리끼지 바다를 바라보며, 케익을 두고 파티하면서 

기념식을 진행했고, 아이들은 남자친구를 바라보면서 "아빠 되신것 축하해요" 라고 했다. 

"아빠 되주셔서 감사해요" 가 아니라, "아빠 되신것 축하해요" 라고.ㅋㅋㅋ 


우리 애기들 멋지다. ㅋ 잘 살거다 내 애기들. 또 한번 확신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서, 

애기들에게 넌지시 "아빠 생기니까 좋지? 어때?" 하고 물으니 


첫째는 

"응,  나 연습했어" 라고 한다. 

얼마나 아빠라고 불러보고 싶었을까, 애기 대답을 듣고 순간 울컥해서 눈물이 나올 뻔 했다. 

그리고 역시나 시크한 둘째는 

"엄마, 당연한걸 뭘 물어보세요?" 라고 한다. 



애기들 마음을 열어준 2년동안 한결같이, 매일 영상통화하고, 안부를 묻고, 주말마다 함께 지내고, 함께 휴가를 보냈던 남자친구에게 고맙다. 


꿈만 같은 너무 감동적인 날들이 이어진다. 

그 사람이 하늘로 간 후 몇년간 내 가장 큰 기도 제목이었던 

아이들에게 아빠를 만들어 주는 일이 이루어 지는 순간. 


꿈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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