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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Feb 28. 2018

당신의 꿈은 회사원이었습니까?

커리어에 대하여

학부 졸업하고 국내 대기업 중의 한 곳에 입사해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정말 내 꿈이 회사원 이었을까?” 



물론 강남 한복판에서 삼성의 숫자를 만지고 있는 내 모습이 감격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누가 들으면 우습다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그랬다. 난 가끔씩 테헤란로를 따라 세워진 수많은 커다란 빌딩 중의 한 곳에서,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큰 기업의 숫자를 만지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차오르는 감격을 느끼곤 했었으니까. 심지어는 테헤란로 라는 회사의 건물이 놓여진 거리의 이름조차 자랑스러울 지경이었던 순간들도. 


그런 순간들이 지나가고, 나는 자연스레 지금의 이 시간들을 보내고 나면, 나중에 어떻게 무엇이 되어있을까를 고민하는 순간이 왔고, 나는 그때 다시 이런 물음을 꺼냈던 것이다. 

“정말 내 꿈이 회사원이었을까?
이렇게 빌딩 숲속에서 기업의 숫자를 만지면서 일하는 것이 내 꿈이었었나?” 


나는 늘 주어진 상황에 따라서 살아왔던 사람이므로, 내 꿈도 또한 하도 자주 바뀌었던 터라 무엇 무엇이 내 꿈으로 있었었는지 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그 많던 내 꿈 중에는 한번도 ‘회사원’이라는 이름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릴 때에 부모님 직업을 적어 내는 가정 생활 통지서 등등에 아빠의 직업을 ‘회사원’이라고 적는 것이 나름 인상 깊었었다. ‘아, 우리 아빠는 회사원이구나.’ 하고 되뇌이면서, 그때 나는 아마도, ‘그래도 나는 회사원은 안되고 싶다.’ 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던 것 같다. 아빠가 회사원인 것이 싫다는 것은 아니었고(정말 그건 아니고), 그냥 그때의 내가 생각하기에 회사원 이라는 직업이 너무 평범해 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 어릴때의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지나온 지금의 나는,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대체 얼마나 큰 복인가를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회사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평생을 살고 싶지는 않을것 같다. (이건 지극히 내 특이한 성향 때문이겠지만).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회사원이라는 이름 대신에 내 이름을 걸고 사는 상황을 선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가 회사원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데에 있어서의 요점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은 다른 어떤 것을 그늘 삼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 그늘이란 타인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물이나 기업이 될 수도 있는 것. 우리는 우리 삶을 지탱하는 무언가를 우리의 외부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부에 세워야 한다. 그래야 비바람이 몰아치는 때가 왔을때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가 있다. 굳이 크게 IMF와 같은 경제위기나, 전쟁 같은 일들이 우리 생에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주 작은 폭풍우와 같은 상황들은 반드시 자주 존재하는 법이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회사 안에 있든지 회사 밖에 있든지 우리 스스로의 힘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커리어 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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