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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Oct 28. 2020

혼자인 밤엔 와인을 마셔요

작은 사치


30이 지나면서부터였을까? 내가 더 이상 어리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부터였을 것이나 그 시점이 어느 때인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어쨌거나 나는 그 즈음부터 더 이상 “예쁘거나 귀여움”을 나의 모토로 삼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이상 어린 여자애가 아닌 나는 “예쁘거나 귀여운” 여자가 아니라 “고급스럽고 우아한” 여자가 되는 것을 나의 모토로 삼아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물론 “예쁘고 귀여운” 것은 태생이 받쳐줘야 하는 종류의 성질이기에 본래부터 내가 추구하기에 벅찬 것이었으나, “고급스럽고 우아한” 것은 어떤 생김새로 태어났느냐에 상관없이 지금부터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나이 드는 것이 반가운 일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 이후로 나는 아침에 출근할 때는 뭔가 더 우아한 듯한 클래식을 배경 삼아 준비를 하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이후에는 와인을 한 잔 하면서 영화를 보거나, 아니면 거실 한 켠에 놓여있는 실내 자전거로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며 영화를 본다. 



며칠 전에는 내가 와인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는 한 친구가 함께 저녁 식사를 한 이후에 와인을 선물해줬다. 여포의 꿈 이라는 화이트 와인. 친구는 내가 집에 들어가는 길에 이 와인을 손에 들려주면서 트럼프 방한 했을 때 만찬주였던 와인이고, 이방카 와인이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러고 집에 들어와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 “맘마미아”를 한번 더 시청하며 간단한 팝콘과 함께 와인을 마셨다. 


예전에 가수 김건모님이 TV예능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에서 본인은 늘 소주를 마신다고 한 적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생활이 힘들 땐 소주를 마시다가 일이 잘 풀리면 양주 마시곤 하는데 그러다가 다시 힘들어지면 소주로 돌아온다고, 이런 것이 좀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늘 소주를 마신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때는 그 모습을 보고 “아. 참 괜찮은 생각이다.”라고 생각하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그래도 혼자 있을 때는 소주는 왠지 싫어서 와인을 마신다. 뭔가 우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왠지 그러다 알코올 중독과 같은 그림이 그려질까 두렵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마시기에는 와인이 좋다. 와인을 마시면서 혼자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치 혼자 있는 시간마저 뭔가 우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 날 나는 오랜만에 꿀 잠을 잤다. 선물 받은 와인을 다 마실 생각은 없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한 병을 통째로 음미했으니, 어쩌면 숙면에는 알코올이 특효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와인을 마시면서 영화를 보는 혼자인 저녁은 다시 생각해도 참 우아한 일이라는 생각에 나는 내가 꿈꾸는 나의 모습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느낌이 든다. 아, 기분이 좋다. 





커리어독립플랜 (2020.09.10, 김경옥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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