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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Mar 02. 2018

우연히 죽은 남편의  목소리를 들었다

듣는 순간 숨이 멈추는 줄 알았다

그리고 이글을 쓰는 지금은 조금 눈물이 나려고 하는 것을 느낀다.

아, 나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구나. 그래 어찌 벌써 다 잊을 수 있을까, 그냥 다 잊었다고 생각하고 사는 것이겠지. 그리고 부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겠지.


아까의 경험으로 나는 정말 그 사람과 관련된 어떤 것이라도 멀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이내 또 그럴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 사람이 쓰던 청진기를 아이들 장난감으로 내어 주었는데, 나는 어제도 그것을 보았으나, 방금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가슴이 주저 앉는 것처럼 놀라지는 않았으니까. 그 사람이 쓰던 물건을 보는 일이야, 그저 평범했다. 그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내 첫째 아이는 소꿉놀이를 좋아하는데, 부엌놀이도 좋아하고, 베란다에 나가서 빨래하고, 창 닦는 것도 좋아하고. 그리고 그 중에 병원의사놀이 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늘 내가 식탁에 앉아서 무언가를 보던가 쓰려고 하면,

“엄마 이리와 누워 이리와 누워”

 한다. 나보고 환자 역할을 하라는 거다.

“내가 진찰 해줄게.”

하면서 누워있는 내게 청진기를 대보기도 하고, 이경으로 귀를 보기도 하고, 주사도 주곤 한다. 주로는 장난감 청진기 가지고 하지만, 가끔은 장난감 상자에 들어있는 진짜 청진기를 가지고 하기도 한다. 아이는 어제도 오랜만에 진짜 청진기를 가지고 진찰했고, 나는 아무런 마음의 동요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방금, 나는 핸드폰 저장공간이 부족해져서, 저장공간 확보도 할겸 필요없는 파일을 지우려다가 우연히 녹음된 파일들을 보는데, ‘call_내 사랑’ 이라는 제목이 붙은 파일이 있는 것을 보았다. 궁금해서 클릭했더니, 그 사람의 목소리가 나왔다. 내가 전화통화를 녹음했던 적이 있었던가, 우연히 녹음이 된 것 같았다.

“빈아~”

하고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 그 목소리만 짧게 녹음이 되고 아이 목소리가 잠깐 들리고 끊겼다. 아마 음성통화를 하다가 영상통화로 바꾸는 와중에 실수로 녹음이 된 것이 아닐까 추정이 됬다.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실로 몇달만에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 이런 것이구나. 누군가의 목소리를 든는 다는 것이. 왜 우리가 연애를 할때, 너무 바빠 얼굴을 보지 못하면, 전화로 목소리만 들어도 반가웠던 일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었나 보다.


나는 이제 세상에 없는, 하얀 가루가 되어 바다로 흘러간 그 사람의 목소리를 방금 들으니,

"너무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진실로 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사람이 매일 쓰던 물건을 아이가 일상에서 가지고 노는 것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았었는데, 그 사람이 아이 이름을 한번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서는 이리 무너지니까 말이다.


어쩌다 우연히 그 사람의 사진을 보게되는 일이 있기도 하는데, 그래도 그때도 이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진은 움직이지 않으니까. 사진은 정지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목소리는 움직인다. 살아서 움직이는 것만 같다.

몇달만에 한번도 듣지 못한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너무 놀라 가슴이 멎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 “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았고, 내가 아직은 그 사람을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당신을 바다에 떠나 보내면서, 나는 이제 당신을 잊겠다 다짐했는데, 꼭 그러고 싶었는데.


가끔씩 혼자서 아이들을 보면서 당신을 생각할 때가 있기는 했지만, 방금 당신의목소리를 들었을때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이 이름 한번 부르는 소리가 무에 그리 큰 일이라고 나는 그리 놀랐을까,


그리고 나는 언제쯤 당신을 완전히 잊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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