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나에게 전하는 말 - 5 '그림자는 곧 나입니다.'
나에게 남겨진 흔적은 상처일까
사람마다 마음속에 '흔적'이 있다. 누군가는 금수저로 태어나 고생 없이 잘 자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흙 수저도 아닌 그냥 수저도 없이 지지리도 고생한 가난의 흔적이 있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고생인지도 모르고 그냥 버티고 견디며(성인이 되어서도 그게 고생이었나? 했던) 살아온 흔적이 있다.
나는 지금 생각해도 고생을 한 것 같은데, 견딜만했나 보다. 어렴풋이 끊어진 필름처럼 간간이 기억나는 나의 어린 시절은 누구나 다 그렇게 사는 거 아니었나?라고 생각이 되었다.
흔적은 우리 모두에게 남아 있지만 그 흔적이 상처가 될지 힘이 되는지는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내는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은 그리 풍족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장사를 하셨는데, 오빠가 중학교 때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사고를 쳐서 우리 집은 모든 재산을 잃었다고 아빠가 늘 말씀하셨다. 오빠는 졸지에 죄인이 되어 그 후로 평생 기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 울 오빠는 나보다 2살이 많은데 어느 날부터 연락이 안 된다.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가 없다. 오빠의 소식을 알아보려고 경찰에 신고를 해보려 했지만, 성인이 가출을 했을 땐 찾을 길이 없다고 하니.... 오빠의 평생 죄인처럼 깊은 상처가 되어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가 묶여져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60살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살아있는지 소식이라도 듣고 싶다. 오빠의 상처가 잘 아물어져서 동생을 보러 오면 좋겠다.
상처: 아직도 아픈 것 (고통이 남아 있는 것)
흔적: 고통을 이겨낸 자리가 남아 있는 것
상처는 내가 당한 일을 떠올리면 여전히 마음이 아픈 상태가 된다. 그때 그 시간, 그 날씨, 그 냄새, 소리까지 모조리 기억이 나서 내 눈앞에 선명히 보인다. 이미 오래전 지나간 시간임에도 생생하게 나를 괴롭힌다. 이미 지나간 과거임에도 나르 찌르고 괴롭히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참 기분 나쁜 감정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작정하고 버리지 않으면 상처는 항상 나를 따라다닌다.
그림자처럼
그림자를 떼어낼 방법은 없다. 바로 나 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림자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빛을 향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게 된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햇살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내 뒤로 그림자는 숨게 된다.
분명 상처는 나의 치부이다. 감추고픈 것이지만, 내가 당당히 맞선다면 그림자는 더 이상 내 앞에 서있질
못한다. 나에게도 상처가 있다. 숨기고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상처가 나를 가끔 찌를 때가 있지만
상처가 그림자로 나타날 때 그냥 " 어!? 그림자가 나타났네?" 하고 의미를 주지 않고 지나가면
그 녀석은 재미가 없어서 더 이상 나에게 상처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 내게 흔적을 남기고 떠나 버린다.
인 정
수많은 상처가 누구에게나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 상처를 이고지고 살고 싶지는 않다.
제 자리에 머물고 싶지도 않다. 앞으로 앞으로 계속 걸어가고 싶다. 성장하고 싶다,
내 안에 품고 있는 상처가 그림자처럼 지겹게 따라온다 하더라도 그냥 인정하면 된다.
쉽지는 않다. 어디에서도 위로받지 못한 상처일 수 있으니 내 스스로가 소독약 바르고 빨간약 바르고
새살이 솔솔 올라오도록 연고도 발라주는 것이 쉽지 않지만 내가 소중하기에 세상에서 내가 가장
소중한 나이기에 해줘야 한다. 내가 인정하면 햇살이 나를 비추어 준다. 새들이 내게 지저귀며 소리를
낸다. 불어오는 바람이 내 볼을 간지럽히듯 만져준다.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를 위로해 주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다.
글을 쓰다 문득 깨달은 것은 그러고 보니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알 수 있지만, 굳이 인식하지
않으면 그림자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갈 때가 많이 있다. 대낮에 햇빛을 마주 보느라 그림자는 안 보이고 밤길을 걸을 때 가로등 불빛이 나를 비추면 잠시 보이다 또 숨는 정도...
동행
상처를 인정하고 동행하면 희미한 흔적이 되어 쿨하게 넘길 수 있다.
그럼 그림자도 시시해서 점점 힘을 잃고 내 곁을 떠나간다. 설령 보인다 해도 "왔구나" 하면서
그냥 나의 일부처럼 덤덤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어르신들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시간이 약이다. 다 잊힌다" 어느 정도 맞는 말 같다.
우리가 어느 곳으로 향하는지에 따라 상처는 더 이상 앞을 가리는 존재가 아니라
내 뒤에서 조용히 있는 흔적이 된다. 인정하고 동행하면 나는 당당해진 발걸음으로 성장하게 된다.
나도 그렇게 지금 성장해 가고 있다.
아프다고 생각되면 실컷 울어요.
가슴이 답답하면 가슴을 치며 울어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꺼이 꺼이 울고 나면
긴 날숨이 나오더라고요.
누구도 나를 위로해 주지 않으면
그냥 이불 뒤집어쓰고 울어요.
나는 차 안에서 꺼이꺼이 울 때도 있어요.
울다 보면 눈이 퉁퉁 코가 빨개져 있는 모습에 그냥 웃더라고요.
우는 날도 있고,
웃는 날도 있어요.
그게 사는 건가 봐요.
그냥 울어요.. 우리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