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모두 비우고, 지키고 싶은 한 가지

by 도르가

모두 비울 수 없다

비운다는 말을 쉽게 할 수는 있지만, 사실 비움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비운다는 것은 행동이 먼저 돼야 한다. 몸을 움직여야 하고, 마음을 써야 하고, 체력을 그만큼 써야 비움이 시작된다. 마음먹고, 물건이 잔뜩 들어 있는 창고 하나를 치우려 해도 굳은 마음을 잡고 날짜를 잡아야 한다. 머리로는 비운다고 몇 번의 결심을 했지만, 왜 그리 실천하기가 힘든지 매번 비움은 나에게 큰 고민 중에 하나이다. 없애고 줄이고 덜어내는 장면 속에 나에게 비워야 할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비움을 생각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마음이 힘들 때 감정부터 앞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나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흔들리는 눈동자 떨리는 입술 두근거리는 심장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의 걸림돌이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큰소리로 나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내 중심을 분명히 알고 조리 있게 말하는 사람. 그런 당당함을 갖고 싶어서 나는 마음에 복잡함을 버리기로 했었다.

비워야 할 것은 생각의 비움이었다. 내 마음속에 용량 초과된 생각들이 구석구석 쌓여 있는 것이 느껴졌다. 지나간 일에 대한 미련,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한 쓸데없는 염려, 이번 일은 왜 이러지? 뭐가 잘못인가 하는 의구심, 나를 스스로 제한해버리는 문장들이 있었다. 나는 내가 궁금했다. 용량 초과되어 멈춰버린 마음들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책이라는 것을 통해서 비우고 여백을 남기고 싶었다. 한 권 두 권 책을 읽을 때마다 책 사이에 그은 빨간 줄과 포스트잇에 적은 나의 생각을 장마다 끼워 놓았다. 잊지 말고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마음 한구석에 쌓인 나의 감정을 하나둘씩 마주하며 나의 생각 정리가 시작이 되었다.



비움에 대한 나의 태도

집 안 구석구석 쌓인 물건들을 보면 언제 저렇게 사놓았는지 참 난감할 때가 있다. 없어서 사놓은 물건들이 체크를 하지 않고 생각만 하고 다시 사는 경우도 있고 언제 가는 쓰겠지 하며 버리지도 못하고 몇 년을 놔두는 경우도 있고 참 다양하게 사는 나를 보고 이제는 제발 비워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한다.

비워야 할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이미 역할을 다한 관계, 설명해도 이해받지 못했던 마음, 나를 지치게 했던 기대와 비교들, 나를 증명하기 위해 애썼던 말들, 괜히 잘 지낸다고 척했던 행동들 역시 모두 조용히 정리하고 비워야 할 것들인 것이다.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나만 그러지 않겠지'하며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위로는 그만하고 이제는 비워야 할 때인 것 같다. 책 속에 길이 있으니 이제는 매일의 힘을 알고 있으니 작은 것부터 해야겠지.게으름 피우는 나의 태도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늘 시작해야지 나도 해야지 입버릇처럼 했던 말들은 버리고 시작!



비운 뒤 내가 지키고 싶은 것

물건 생각 관계 등 정리하고 버리고 비웠을 때 지켜야 할 것들은 '내 마음에 중심'이다.

25년의 끝자락이라 비움의 마음이 서운한 것일까? 비우고 난 뒤에 찾아오는 허전함이 다시 걱정이 될까?

비워진 자리에는 새로운 희망이 들어선다고 한다. 이미 버려진 곳에 다시 쓰레기를 들여오지 않아야 한다.

이미 나를 지치게 했고, 충분히 그것으로 애써왔던 시간이었기에 이제는 단호해야 한다. 버리고 비운 자리는 다시 채워질 수 있다. 그것이 감정이든, 물건이든, 관계든 다시 채워지는 자리엔 예전만큼의 용량 초과는 되지 않을 것 같다. 내 마음에 중심에는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힘, 하루를 잘 견딘 나의 견고한 마음, 그리고 언제든 다시 버리고 비운다는 믿음이 있을 것이다. 작년보다 올해 더 성장했으니 내년에는 더 성장할 것이다. 내 마음을 믿어 주는 것에 여러분의 마음은 어떤가요. 모두 비우고 나서도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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