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정말 이럴 거야

커피의 배신

by 도르가

하루 한 잔의 행복에게 배신당했다

아침 라떼 한 잔은 나의 루틴이다. 차를 타고 먼 길을 가거나 출근길이면 나는 항상 커피 한 잔을 들고 운전석에 앉는다. 3000원의 행복은 나를 늘 기분 좋게 하루를 열게 해준다. 음악을 듣고,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한 모금은 하루의 출발 신호이기도 하다. 졸음을 쫓기 위한 음료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잘 살아보자는 나와의 작은 약속 같은 것이다. 그래서 오후의 커피는 가급적 마시지 않고 있다. 나에겐 하루 한 잔이 딱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커피는 잠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커피와 선을 지키는 사이였다.

그런데 지난주, 그 선이 무너졌다. 오전에 급한 출근으로 마시지 못한 커피를 오후에 마시고 조금 남겨 두었는데, 퇴근길 남아 있는 커피를 아무 생각 없이 마셔 버렸다. 저녁 8시!

그리고 웬일인지 잠이 오지 않아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눈은 말똥말똥, 머릿속은 축제 중이었다. 잠을 자보겠다고 눈을 감았더니 머릿속에서 양들이 마구 뛰어다니고 있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몇 백 마리의 양을 세고 있는 나를 본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아이고! 미치겠다. 도대체 이놈의 양들은 잠을 잘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커피가 나를 배신했다. 늘 아침마다 기분 좋게 손을 잡아주던 그 한 잔이, 오후 늦게 마셨다고 이렇게까지 나를 외면하다니, 웃기지 않은가. 친하다고 생각했고 꽤 오래 사랑해 온 사이였다. 커피를 좋아해서 아메리카노와 카페모카 카페라테가 유행하던 시절 초창기에 이마트 푸드 코너에 작은 매장을 열어 카페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사랑했던 커피가 나를 배신했다. 기가 막힌다. 먹지 말았어야 했다면 미리 좀 알려주던가. 이렇게 밤새 배신할 줄 몰랐다.

너를 끊어? 말아?

뛰어다니는 양을 세고 나니 문득 신데렐라가 생각이 났다. 인간은 하루 동안 오만가지를 생각한다고 하더니 잠이 안 오니 오만가지가 아니라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열두 시가 되면 마차는 호박이 되고,

신데렐라는 유리구두 하나를 남긴 채 집으로 돌아간다. 오늘 나는 딱 그 신데렐라 같다. 다만 나는 무도회

대신 커피를 마셨고, 남긴 건 신발이 아니라 잠이다. 잃어버린 신발을 신겨줄 왕자님이 아니라, 나의 잠을

뻬앗아간 커피를 어떻게 할 건지 단판을 지어야 할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운전을 하며 마시는 커피는 여행을 떠나는 나를 상상하게 만드는 소소한 행복이다. 그런 행복을 주는 녀석이 잠시 나를 배신했지만, 일단 용서를 한다. 그리고 나는 신데렐라처럼, 제시간에 마시는 걸로 합의를 해본다. 내가 봐준다. 옛 정을 생각해서.

오후의 커피 한 잔이 나처럼 눈이 말똥말똥한 새벽을 보내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싸우지 말고

화해하시길, 남은 커피를 아깝다고 절대 마시지 말길 바란다. 나이가 들어가니 이제는 커피 한 잔에도

살짝 서글픔이 들어오지만, 하루 한 잔의 행복을 누리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

내일 아침엔 더 맛있는 커피를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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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Image 2026년 1월 18일 오후 08_06_31.png AI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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