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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월차선 Aug 30. 2023

아이가 곁을 떠나려는 순간

아들이 벌써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알아 밥 먹고 옷 갈아입고 학교를 나서는 모습을 보면 '이제 다 컸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린아이입니다.

놀 때는 항상 아빠 엄마를 찾고 아직도 인형을 안고 자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학교 아빠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요즘엔 아이 한 명만 는 가정 많습니다.

그중에 아이가 둘 있는 한 아빠가 이야기합니다.

'요즘 첫째를 보면 저와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 같아요'

'첫 째가 몇 학년이에요?'

'4학년이에요'

'4학년이 되면 아빠랑 안 놀아주나요?'

'네, 아빠랑 놀러 가는 것보다 친구들을 더 찾아요

작년까지만 해도 잘 따라다녔는데...'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아이와 놀 때마다 '언제 커서 아빠 없이도 놀까?' '이젠 체력이 안 돼서 같이 못 놀겠다' 이런 생각만 했었습니다.

애가 커 가면서 혼자서 책을 읽거나 노는 모습을 보게 되고 '조금만 더 크면 알아서 잘 놀겠지?'라는 생각을 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이제 나만의 시간이 생긴다'라는 설렘도 가져보았습니다.


그러나 육아선배들의 이야기는 기대와 달랐습니다.

아이가 아빠를 찾지 않아 생긴 자유시간의 만족감보다 서운함과 외로움이 먼저 온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가 태어나고 10여 년을 아이만 보고 살아왔습니다.

시간뿐 아니라 모든 마음을 쏟아왔습니다.

아이가 컸다고 런 것들을 마치 종이 자르듯이 잘라낼 수는 없습니다.

아직은 어리지만 우리 아들도 곧 떠나갈 거라는 생각을 하면 후련함보다는 씁쓸함이 앞섭니다. 저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죠.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가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때 부모로부터 독립을 시도합니다. 엄마, 아빠보다 친구를 더 찾으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거부하기 시작합니다. 따져보면 저에게도 1~2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오랜 기간의 육아가 분명 쉽지는 않았으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고 아이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보려고 합니다.

억지로 떠나가려는 아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시기에 맞게 행동하는 것뿐입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충분히 기다려 준다면 다시 엄마, 아빠의 품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귀여운 나의 아들아, 아빠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단다. 잠시 너만의 세계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는 동안 엄마, 아빠는 항상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힘들 때 언제든 여기서 쉬고 가렴. 그리고 꼭 다시 돌아올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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