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하면서도 동시에 한 주를 마무리하는 날입니다. 한 주에 하기로 했던 나만의 목표를 돌이켜 보며, 미진했던 것들을 실행하고자 노력해봅니다. 목표했던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늦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몸을 일으켜 봅니다. 동네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들도 읽어야 합니다. 책들은 말을 못 하지만 저를 보면서 '왜 빌려 놓고 안 읽어?'라고 따지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미안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영영 못 읽을 것 같아'라며 책을 들어봅니다.
이렇게 두세 가지 일을 하고 나면 점심을 먹습니다.
밥을 먹고 나면 주로 커피를 마시지만 어깨에 곰이 올라탄 듯 자연스레 소파나 침대로 몸이 향합니다.
'오늘 그래도 할 일을 했어'라는 안도감이 들면서 졸음이 쏟아집니다. 주말의 낮잠은 꿀보다 더 달콤합니다. 깨우는 아들이 없다면, 한밤중처럼 잘 기세입니다. 일요일 낮잠은 한 주 동안의 고단함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낮잠에 대한 후회는 몇 시간 뒤에 찾아옵니다.
그때는 바로 한밤중입니다.
매번 적응되지 않는 월요일 아침의 피곤함이 두려워 일찍 잠을 청해봅니다.
낮잠을 실컷 자고 나니 정신이 더 또렷해집니다.
월요일 출근하면 해야 할 일들이 혜성처럼 머릿속으로 쏟아집니다. 엎드려도 보고 똑바로 누워도 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괜히 낮잠을 잤다. 다음부터는 안 그래야지' 인간이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매주 이러는 건 제가 생각해도 심한 것 같습니다.
이번 일요일은 억지로라도 외출을 해봅니다.
낮잠의 골든 타임과도 같은 점심식사 이후에는 일단 집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 감염과 계획에 없는 지출이 걱정이 됩니다만 집 근처 공원이라도 나가서 산책이라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원에는 많이 아이들이 뛰어놀고 운동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만 있어도 같이 기운이 생기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피곤하지만 강제로 몸을 움직이면서 컨디션이 좋아질 수 있다면, 중간에 커피 한잔 사서 마실 수 있는 정도의 보상은 괜찮지 않을까 하며 자기 정당화를 해봅니다.
일요일 저녁을 행복해하는 직장인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오는 날이지만 적응되지 않고 기분이 다운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런 공식도 여기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힘을 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마음을 굳게 먹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바꾸고 싶다면 나부터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계속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어렵지만 운동도 하고 독서도 하며 이렇게 글도 남기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10년이 넘게 직장인으로 살아온 제 자신에게도 '고생했고 잘하고 있다'라는 격려의 한마디를 해주고 싶습니다.
월요일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편안한 일요일 저녁을 가족과 함께 하면서 한 주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