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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자기 좋지만 하면 안 되는 일요일

달콤한 낮잠의 유혹

by 추월차선

일요일은 마냥 즐겁기만 한 주말이 아닙니다.

바로 월요일 전날이기 때문입니다.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에 하던 일들을 내팽개치며

'이건 그냥 다음 주에 하자'라고 미뤘던 일들이 계속 생각나기 시작합니다.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해보지만 두더지 잡기 게임 속의 두더지들처럼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직장인 생활을 10년 넘게 하며 수백 번 겪어와도 적응이 되지는 않습니다.


일요일은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하면서도 동시에 한 주를 마무리하는 날입니다. 한 주에 하기로 했던 나만의 목표를 돌이켜 보며, 미진했던 것들을 실행하고자 노력해봅니다. 목표했던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늦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몸을 일으켜 봅니다. 동네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들도 읽어야 합니다. 들은 말을 못 하지만 저를 보면서 '왜 빌려 놓고 안 읽어?'라고 따지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미안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영영 못 읽을 것 같아'라며 책을 들어봅니다.


이렇게 두세 가지 일을 하고 나 점심을 먹습니다.

밥을 먹고 나면 주로 커피를 마시지만 어깨에 곰이 올라탄 듯 자연스레 소파나 침대로 몸이 향합니다.

'오늘 그래도 할 일을 했어'라는 안도감이 들면서 졸음이 쏟아집니다. 주말의 낮잠은 꿀보다 더 달콤합니다. 깨우는 아들이 없다면, 한밤중처럼 잘 기세입니다. 일요일 낮잠은 한 주 동안의 고단함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낮잠에 대한 후회는 몇 시간 뒤에 찾아옵니다.

그때는 바로 한밤중입니다.

매번 적응되지 않는 월요일 아침의 피곤함이 두려워 일찍 잠을 청해봅니다.

낮잠을 실컷 자고 나니 정신이 더 또렷해집니다.

월요일 출근하면 해야 할 일들이 혜성처럼 머릿속으로 쏟아집니다. 엎드려도 보고 똑바로 누워도 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괜히 낮잠을 잤다. 다음부터는 안 그래야지' 인간이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매주 이러는 건 제가 생각해도 심한 것 같습니다.


이번 일요일은 억지로라도 외출을 해봅니다.

낮잠의 골든 타임과도 같은 점심식사 이후에는 일단 집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 감염과 계획에 없는 지출이 걱정이 됩니다만 집 근처 공원이라도 나가서 산책이라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원에는 많이 아이들이 뛰어놀고 운동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만 있어도 같이 기운이 생기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피곤하지만 강제로 몸을 움직이면서 컨디션이 좋아질 수 있다면, 중간에 커피 한잔 사서 마실 수 있는 정도의 보상은 괜찮지 않을까 하며 자기 정당화를 해봅니다.


일요일 저녁을 행복해하는 직장인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오는 날이지만 적응되지 않고 기분이 다운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런 공식도 여기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힘을 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마음을 굳게 먹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바꾸고 싶다면 나부터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계속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어렵지만 운동도 하고 독서도 하며 이렇게 글도 남기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10년이 넘게 직장인으로 살아온 제 자신에게도 '고생했고 잘하고 있다'라는 격려의 한마디를 해주고 싶습니다.

월요일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편안한 일요일 저녁을 가족과 함께 하면서 한 주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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